멸종위기 이긴 파피아멘투語… 네덜란드령 큐라소 공식 언어로

입력 2010-07-06 21:52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는 명제가 틀린 경우도 있었다. 수천 개의 소수 민족 언어가 멸종 위기에 처한 가운데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언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서인도제도 네덜란드령 큐라소에서 쓰이는 파피아멘투어(語)(일명 큐라소어)가 현지 신문과 가요계에서 활발히 사용되면서 공식 언어의 지위에 올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피아멘투어는 네덜란드령의 큐라소를 비롯해 보네르, 아루바 등에서 쓰이는 ‘크리올(Creole)어’ 중 하나다. 사용인구는 2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큐라소 대부분의 신문이 파피아멘투어로 발간되고, 음반 매장엔 파피아멘투어 CD가 진열돼 있다. 소설과 시에도 쓰이고, 의회 토론과 30여개의 라디오 방송이 대부분 파피아멘투어로 진행되고 있다.

IHT는 큐라소 정부가 2007년 파피아멘투어를 네덜란드어, 영어와 함께 공식 언어로 채택했는데 이는 특이한 사례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파피아멘투어의 생존력은 급진적 정치 상황과 실용주의에서 나왔다. 언어학자들은 많은 크리올어가 영어나 프랑스어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파피아멘투어의 생명력은 두드러진다고 평가한다. 큐라소에서는 1969년 5월 반네덜란드 봉기가 있었다. 파피아멘투어의 생존비밀을 저항(resistance)과 개선(renewal)에서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

언어학자들은 파피아멘투어가 식민 지배국 언어인 네덜란드어에서 파생됐지만 핵심은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의 조합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학자는 포르투갈어를 기반으로 한 서아프리카어에서 파생했다고 주장한다. 교역을 통해 이 언어가 네덜란드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언어학자인 바트 자콥스 교수는 “파피아멘투어는 교육, 정책 등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언어의 생존가능성 측면에서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파피아멘투어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큐라소의 법전은 여전히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파피아멘투어를 가르치지만 네덜란드의 경제적 기회에 굴복해 나중에는 네덜란드어를 가르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