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년 연장” 고삐 죈다… “수명 늘어난 만큼 일해야” 자동연계 권고
입력 2010-07-06 18:43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의 정년 연장을 촉진하기 위한 지도에 나섰다. 특히 EU는 기대수명에 정년을 자동 연계시키는 방안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각국이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자체 정년 연장 조정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어 EU의 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EU 집행위는 7일 발표되는 연금제도 개선책을 담은 ‘그린 페이퍼’를 통해 “유럽인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출산율은 낮아져 연금제도 유지가 어렵다”면서 회원국 정부에 정년 상향을 권고했다고 AFP통신이 5일 보도했다. 특히 더 오래 살게 된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하지 않는다면 연금 적정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연금 지출을 지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명이 늘면 일 더해야=페이퍼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EU의 기대수명은 5년이 늘었고, 2050년까지 7년이 더 늘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노동인구 4명이 부양하지만, 2060년엔 노동인구가 절반인 2명으로 줄게 된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기대수명 상승을 반영한 정년 연장은 생활수준의 개선과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8년 기준 유럽인의 평균정년은 61.4세로 미국인(65세)이나 일본인(70세)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정년인 63.54세보다도 낮다.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뜨거운 맛을 본 유럽 각국은 이미 정년 연장을 시행하거나 상향 검토에 들어갔다. 유로존 위기 진원지인 그리스가 고강도 내핍 정책의 일환으로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대폭 늘렸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강대국들도 줄줄이 정년 연장에 나섰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에선 지난달 정년 연장 계획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EU가 나선 이유는 뭘까. 그리스발 재정위기 이후 정년과 관련해 ‘범유럽 스탠더드’를 만들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를 위해 엄청난 구제금융 지원에 나서자 독일에서는 “50대에 일찌감치 은퇴하는 그리스를 위해 우리는 60대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쏟아졌었다.
◇자동 연계 시스템은 어떻게=EU 집행위가 권고한 ‘기대수명 자동 연계 시스템’은 회원국들이 자국 국민들의 수명이 길어지면 은퇴 연령도 자동적으로 늦춰지는 시스템을 채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페이퍼는 “정년 연장 의사결정 구조를 정치에 맡기는 게 아니라 법의 영역에 맡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그러나 유럽 전체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퇴직 기준 연령’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 연금 분야에 EU 집행위가 권한이 없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집단적으로 정책을 조율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각국 연금 시스템의 건전성 여부를 감독하는 시스템도 만든다고 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