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인기 월드컵 효과였나… 한국팀 16강전 탈락 판매량 감소
입력 2010-07-06 21:41
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3차원(D) TV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올해 초 야심 차게 출시되며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예상됐던 3D TV가 1차 고비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반기에만 각각 3만대, 1만3000대의 3D TV를 팔았다. 특히 업체들이 스포츠가 3차원 화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남아공월드컵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6월 판매량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6일 “업체마다 3D TV 본격 라인업을 갖추고 판매에 들어간 4월보다 6월 판매량이 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이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고 월드컵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서울 용산과 강남 등 주요상권의 판매점 관계자들은 모두 “우리가 8강에 떨어진 이후 판매량이급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가 8강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3D TV로 월드컵을 보려던 사람들의 매수여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월드컵 땐 하루 서너 대씩 팔았는데 지금은 한 대 정도밖에 못 판다”고 말했다. 근처 현대백화점 매장에서도 지난달 업체별로 하루 평균 5대, 많은 날엔 10대씩 팔았지만 지금은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전자제품 매장이 밀집한 용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용산 전자랜드에서 가전을 담당하는 장병문씨는 “6월엔 목표보다 50% 이상 더 팔았지만 7월 들어선 어제서야 겨우 1대 팔았다”며 “전화상담 건수, 매장 방문고객 모두 확 줄었다”고 말했다.
판매량을 반등시킬 계기가 당분간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채널 66번에서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의 3D 콘텐츠가 시범 방송 중이다. 하지만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대부분 재방송이고 월드컵 경기 외엔 별다른 추가 업데이트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는 12일까지만 지속된다. 이후 10월 예정된 고화질 3D 실험방송까지 2개월간 3D 방송은 없다. 이 기간 중엔 ‘아바타’ 등 극소수 영화 콘텐츠나 게임 외엔 즐길거리가 없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실험 방송을 내보내기 전 테스트할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일정 기간 공백기를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송계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성엔 의문부호가 붙은 3D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라 10월 이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여기에 소니가 국내 3D TV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경쟁 환경은 더 나빠졌다. 때문에 업계에선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일부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격은 출고가보다 200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하자도 아니고 콘텐츠 부족으로 관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참 답답하다.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전에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김소라 김지윤 박소연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