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택시기사 혹시…” 흉악범 취업 알 길이 없다!
입력 2010-07-06 18:06
택시강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가 지난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시기사 이모(56)씨는 2006년에도 여아 2명을 성추행했다. 2007년 출소한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다시 택시기사로 근무하기 시작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강력범죄 전과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택시회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해당 택시업체 관계자는 6일 “성추행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채용희망자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는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업무”라고 밝혔다. 조합도 이씨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를 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엔 경력 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성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택시기사의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범죄를 저질렀던 2006년 택시운전 자격증이 취소됐어야 했다. 하지만 이씨는 기사 자격을 유지했고 지난해 1월 택시기사로 재취업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에 의한 살인과 성범죄 건수가 점차 증가하자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반사회적 범죄자에 대해 운수업 취업 제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특정 강력범죄자 등에 대한 택시기사 취업 제한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성범죄 전과자는 택시든 버스든 대중교통수단을 몰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새 법안이 시행일 이후의 성범죄자에게만 적용되는 게 문제다. 국토부의 계획대로 2011년 7∼8월에 새 법안이 시행될 경우 2009년 6월 이전에 형 집행을 마쳤다면 택시운전 자격을 취득하거나 택시회사에 취업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없다.
택시회사나 조합이 입사지원자에 대한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업체와 조합은 경찰서에서 발급한 범죄경력조회서를 지원자로부터 제출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회사나 조합 차원에서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조합에서는 개별 회사가 입사지원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성범죄나 마약 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조합이나 업체 차원에서 강력범죄자 채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와 달리 청소년 기관과 아파트 경비업체는 성범죄자의 경력을 직접 조회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범죄자는 형 종료 후 10년간 청소년 관련기관이나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또 청소년 기관 직원과 아파트 경비원 채용 시 기관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지원자들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택시기사 취업 과정과 차이를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