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단정 전복사고 해군끼리 ‘같은 식구’ 조사 논란
입력 2010-07-06 18:28
해군 평택 2함대사령부가 지난 3일 발생한 정보사령부 소속 고속단정(RIB) 전복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사주체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군본부 정보처장인 이모 대령은 사고 당일 특수부대 소속 작전용 고속단정에 민간인을 태워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승인한 특수부대장도 해군 소속이다. 따라서 해군이 수사주체가 될 경우 공정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상 발생지역을 담당하는 상위 부대에서 조사를 담당한다”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태안 앞바다는 해군 2함대의 관할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가 2함대 관할지역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고속단정 운항을 요구한 이 대령은 충남 계룡대에 있는 해군본부 소속이고, 고속단정 사용을 승인한 부대장과 고속단정을 운항한 권모 원사는 정보사령부 소속이어서 상급 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아울러 이 대령은 이전 이 특수부대에서 근무했으며,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현 부대장에서 고속단정 사용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5일 오후 소수 인원을 2함대에 파견, 조사를 지원토록 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2함대의 초동수사 보고를 받고 추가 조사를 위해 요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며 “작전용 고속단정의 사용허가가 나온 경위와 위법성 여부, 고속단정 운항 시 안전조치 등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령이 주관한 고교 동문모임에는 전복사고를 당한 15명 외에 3명이 더 참석했으며, 이 때문에 사고 당시 고속단정에 승선한 인원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추가 탑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이를 부인했다.
당시 고속단정에 탑승한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치료비는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소령 부인인 김모씨와 공군 대위 이모씨는 두개골 골절로 지금도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