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정밀해진 전차군단 VS 예술 패스 무적함대

입력 2010-07-06 17:42


‘전차’에서 ‘반도체’로 변모한 독일이냐, ‘숏게임’(예술 패스)의 팀 스페인이냐.

독일과 스페인이 남아공월드컵 결승 진출 길목에서 만났다. 두 팀은 8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4강전을 치른다. 세계 축구 전문가들은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남아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년 만의 메이저 대회 리턴 매치=독일과 스페인은 2008년 6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결승에서 격돌했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전반 33분 터진 페르난도 토레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1대 0으로 승리했다. ‘무관 제왕’에 가까웠던 스페인이 1964년 자국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44년 만에 들어올린 메이저 트로피였다.

반면 유럽선수권대회 최다 챔피언(1972·1980·1996) 독일은 당시 통산 네 번째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독일은 2년 전 복수를, 스페인은 2년 전 환희 재현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 맞대결 성적은 독일이 2승1무로 앞서있다. 하지만 A매치 평가전 등 최근 성적은 스페인이 독일에 2연승을 거뒀다.

◇서로 다른 양팀 컬러=굳이 따지면 독일은 팀 우선, 스페인은 개인 우선의 축구를 하는 팀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쭉쭉 뻗어가는 증기기관차 같았던 독일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정밀한 반도체 같은 팀으로 바뀌었다.

독일은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비롯해 루카스 포돌스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필립 람, 페어 메르테사커 등 유로 2008 준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대표팀에 남아 설욕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질, 제롬 보아텡 등 독일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20대 초반 신예들까지 가세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결승 때 부상으로 빠졌던 다비드 비야, 2년 전 독일과의 결승전 멤버였던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 카를레스 푸욜, 이케르 카시야스 등도 그대로 남아 있다.

◇클로제 vs 비야, 누가 웃을까=승부의 방향타를 쥔 선수는 클로제와 비야다. 클로제는 역대 월드컵 개인 최다골을 노리고 있다. 클로제는 2002 한·일월드컵 5골, 2006 독일월드컵 5골 그리고 이번 대회 4골로 월드컵에서만 현재까지 총 14골을 넣었다.

클로제는 스페인전에서 1골만 더 넣으면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갖고 있는 월드컵 개인 최다골(15골)과 타이가 되고, 2골을 기록할 경우 신기록 주인공이 된다. 클로제는 스페인에 패하더라도 3·4위전이 남아있어 월드컵에서 15골을 뛰어넘는 첫 선수가 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비야는 스페인 선수로는 사상 첫 월드컵 득점왕을 노린다. 남아공에서 현재까지 5골을 넣어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야는 유로 2008 때도 결승전은 결장했으나 총 4골로 득점왕에 오른 적이 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