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연숙] 친구와 나누는 詩
입력 2010-07-06 17:39
친구와 시를 교환하기 시작한 지 약 2주가 지났다. 어떤 이유로 시작된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둘은 매일 하루에 한 편씩 시를 교환하자고 약속했다. 문자의 간편함과 신속함으로 인해 이메일도 잘 쓰지 않는 요즘, 간결하고 정성 들여 편지를 쓰는 방법으로 시를 택했던 것 같다.
문학적인 재능이 없어서겠지만 시를 쓰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제목을 정하고 한 줄 한 줄 내려간다 싶더니 이내 막혀버린다. 그럼에도 시 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시를 쓰면서 얻게 되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과 친구와의 소통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친구는 시를 즐기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시를 보내온다. 시인은 물론 아니지만 술술 글을 써 나가는 그 친구의 시에는 위트가 있다. 친구는 마음을 가볍게 시 속에 풀어놓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를 보내고, 확인 문자와 함께 시를 보내라고 재촉도 한다. 며칠 전부터는 외국음악 한 곡을 mp3 파일과 함께 원문을 기록하고 스스로 번역해서 시와 함께 보내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 노래 가사도 한 편의 시였다. 시 쓰는 걸 게을리 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친구의 시를 보면서 나와는 다른 호흡과 단어와 표현, 그리고 몰랐던 마음에 놀라울 때가 있다. 글은 상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좋은 시를 쓰고자 우리말 사전을 보면서 나름 정확하거나 적확한 단어를 찾다 보니 하나 더 얻어지는 게 있다. 국내에선 현대카드 디자인으로 알려진 카림 라시드는 그의 책에서 매일 사전을 들춰 새로운 단어를 보라고 추천했다. 그의 말처럼 새로운 단어를 찾거나 뜻을 알아가는 것이 몰랐던 세상을 보게 해 주고 생각을 넓혀 주는 것만 같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나의 시는 아직 표현의 한계와 조악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디선가 “당신이 사용하는 어휘가 당신에 대해 말해준다”는 글을 읽은 것 같은데, 실로 그러했다. 그럼에도 시를 시작하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박건한 시인은 북 디자이너 정병규를 위한 시 ‘책(冊)’을 지었다. 박 시인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표지表紙는 그 책의 얼굴/내면의 총천연색 일생을 집약하고 상징한다’. 그는 책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시를 읽는 잠시 동안은 책이 살아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시를 처음 본 순간, 시를 받은 정 디자이너가 부러운 것도 잠시, 시에서 풍기는 박 시인의 따듯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박 시인은 자상하면서 유머와 여유를 풍기는 분으로, 시 속에 고스란히 그의 정서가 담겨 있었다.
나의 시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져서 제대로 여물까.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때는 나도 박 시인처럼 누군가를 위해 시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래서 감히 추천하고 싶다. 시를 쓰시라고, 시 속에 나의 온 마음을 압축해서 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그들을 위해 최대한 엄선하고 정갈한 언어를 찾아보자.
김연숙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