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파 늪에 빠진 한나라당 全大

입력 2010-07-06 17:42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가 계파 내 경쟁, 계파 간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13명의 후보들은 출사표를 던지면서 저마다 친이(親李)-친박(親朴) 계파를 극복하고, 당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쇄신책은 온데간데없고 계파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청와대 측이 “이번 전대에 이심(李心)은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음에도 친이 성향 후보들은 저마다 자기한테 이심이 실려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신이 ‘성골(聖骨) 친이’ 임을 내세우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자신이 얼마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적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친박 후보 4명 중 2명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한 후보는 자기 사무실에 먼저 들렀다는 이유로 박 전 대표가 자기편이라 주장하고, 또 다른 후보는 출판기념회와 사무실 개소식에 두 번이나 참석했다는 이유를 들어 박심이 자기한테 실려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유치하고 가소롭기 짝이 없다.

친이-친박 간 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친이 후보들은 친박 후보들에게 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느냐고 따진다. 반대로 친박 후보들은 친이 후보들에게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선거 패배에 대한 뼈저린 반성은 어느 누구한테서도 찾아볼 수 없고, 네 탓 공방만 있을 뿐이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나라당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사람들이다. 능력 여하를 떠나 이 중에서 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수밖에 없다. 일단 지도부로 선출되면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실망스럽다. 이번 전대는 거물들이 출마를 고사해 2부 리그란 소릴 듣고 있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지도자 반열에 오르겠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계파의 늪에서 한 발짝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그들에게 2년 뒤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줄 마음이 생길지 의문이다. 지도자가 되겠다면 한나라당의 최대 병폐인 계파 벽을 허물 자신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