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겪고도 軍기강 이 지경이니
입력 2010-07-06 17:42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난 군 보트 사고는 우리 군의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군 정보부대의 작전용 고속단정(RIB)이 군인 가족과 민간인 등 15명을 태우고 뱃놀이를 하다 암초를 들이받아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군은 사고 경위와 승선자를 파악하려는 해경을 제지하려 했다.
사고가 일어난 3일은 천안함 사건 발생 100일째 되는 날이다. 감사원 감사와 지휘관 대규모 문책을 보고도 말단 부대에서는 이렇듯 한가롭게 노닐다가 사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국방부 대변인은 “당혹스럽다”고 했지만 천안함 사건을 겪고도 군의 정신 상태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증좌다.
동창 모임을 가진 타 부대 간부와 가족, 민간인들이 RIB를 이용하게 된 경위부터 기강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준다. 과거 이 부대에서 근무한 해군 대령이 후배 부대장에게 RIB 운항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사고 부대가 전에도 종종 RIB에 민간인을 태웠다고 증언했다. 인맥을 통하면 작전용 선박이라도 불법 사용할 수 있는 잘못된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철저히 조사해 엄중 문책함으로써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에 누구보다 분노하고 각성해야 할 해군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해군이 천안함 사건 후 대령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개혁작업 ‘필승 50일 계획’이 지난달 30일로 끝나자마자 해군 대령이 관련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초에는 다국적 해군 연합기동훈련인 림팩(RIMPAC)에 참가한 해군 함정의 간부들이 하와이로 가족을 불러 쇼핑과 관광을 즐긴 사실이 알려져 국민을 뜨악케 했다. 관행이라고 하나 양식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상의 전 합참의장은 5일 전역식에서 감사원 감사를 “군사지식이 없는 집단이 일방적으로 평가했다”고 항변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군사지식이 필요 없는 데서도 사고가 잦다는 게 문제다. 신임 한민구 합참의장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기본이 튼튼한 군대,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국민도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