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영적 기상도 (중)] 2300교회 CNEF 창립 복음주의 활력… 무슬림은 총인구 10% 차지

입력 2010-07-06 18:51


프랑스에서는 한번도 기독교가 가톨릭을 능가한 적이 없었다. 종교개혁 이후 한때 총인구의 25%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독교는 늘 가톨릭의 반대와 정치적 핍박을 받곤 했다. 이단과 반국가세력으로 간주된 것이다.

◇복음주의가 희망을 만든다=프랑스에선 목사 추방과 교인의 시민권 박탈, 교회건물 파괴 등 핍박 속에 기독교가 공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가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에 의해 개혁교회와 루터교회 예배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1905년 특히 국가와 교회의 분리를 선포하는 헌법이 채택됐다. 현재 기독교인은 총인구 2%에 불과하지만 1970년 이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매년 30여개의 교회가 세워지고 있다. 현지 언론이 복음주의 기독교를 미국에서 수입된 새로운 기독교, 현대사회에 도전하는 신흥종교로 소개하는 등 새로운 영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5일 복음주의 29개 교단, 2300개 교회가 프랑스복음주의기독교연맹(CNEF)을 창립하는 등 복음주의의 확산은 대세가 됐다.

채희석(파리 아르퀘이침례교회) 목사는 “1945년 파리에 있던 100여개 교회 중 80%는 개혁교회와 루터교회, 20%는 복음주의교회였는데 현재는 완전 반전됐다”며 “현재 600여개 교회 중 20%만이 개혁교회와 루터교회이고 나머지는 복음주의교회”라고 말했다. 채 목사는 복음주의 성장의 원인으로 성서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회심주의, 전도와 선교 강조 등을 꼽았다. 가톨릭이 전통적 유산으로 인식돼 사회 집단적 정체성 개념에 기초해 받아들여졌다면 복음주의 기독교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는 신앙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앙을 기계처럼 받아들이는 시대는 저물고 신자 자신의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게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북부 아프리카 출신 무슬림 증가=유럽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있는 곳이 프랑스다. 총인구의 10%,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프랑스인 가운데 이슬람 개종자는 4만명 정도로 예측된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이 대부분이다. 알제리 출신이 43%에 달하는 등 북아프리카 3개국 출신이 전체 무슬림의 82%에 이른다. 반면 영국은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 독일은 터키 출신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한다. 프랑스 무슬림은 취업 이민 1세대, 프랑스에서 출생한 이민 2∼3세대, 최근 정착한 지성인 및 유학생 세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가 1989∼2009년 프랑스 무슬림의 정체성과 종교적 행위를 분석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이슬람 종교 활동에 규칙적으로 참여하는 그룹은 주로 40세 이후 세대다. 반면 젊은이들은 ‘라마단(금식)’ 외에는 종교예식 참여도가 낮다. 자신을 무슬림이라고 밝히는 신자가 71%에 달하지만 과반수가 명목상 신자로 보인다.

김승천(파리 퐁네프교회) 목사는 “프랑스 무슬림은 전반적으로 온건한 성향을 보이는 반면 프랑스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우려와 적대감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면서 “프랑스 정부는 학교교육을 통해 이슬람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2003년 프랑스이슬람예배협의회(CFCM)를 창립, 자국내 이슬람 사원을 건축할 때 소요되는 자금조달원을 통제하고 있다. 또 파리모스케신학과정 등과 연계된 일반교육과정을 파리대 또는 파리가톨릭대에서 동시 수강하는 방안으로 관리하고 있다.

파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