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패션모델을 통해 美人을 재해석한다
입력 2010-07-06 19:06
‘미인도’는 서양과 동양에서 모두 일찍부터 다루어진 인물화의 소재 가운데 하나다. 서양의 경우 주로 누드를 통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했지만 동양에서는 의상과 머리표현을 통해 여성미를 드러냈기 때문에 풍속화의 성격이 강하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갸름한 얼굴에 볼륨이 강조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조선후기 인물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의 미인도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화가 김정란이 패션모델을 대상으로 그 기준을 제시했다. 5만원권 지폐의 신사임당 초상화를 그린 이종상 상명대 석좌교수의 지도를 받은 작가는 5명의 직업모델을 직접 만나 개개인 인물의 현대적 특징을 살리면서 전통 초상화의 기법으로 21세기 미인도를 그려냈다.
풍속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대 패션을 리드하는 이들 직업모델이야 말로 이 시대 풍속을 잘 대변해 주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작가는 “단지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날씬하다는 것으로만 기준을 삼은 것은 아니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화가들은 대상인물을 섬세하게 관찰해 수염 한 올이라도 어긋나지 않게 그리는 것을 중시했다. 닮은 외모를 통해 대상인물의 내면세계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작가 역시 인물의 외모뿐 아니라 마음과 인품, 성격과 기질까지 묘사하려 했다.
그가 그린 21세기 미인도가 서울 통의동 팔레드 서울에서 17일까지 전시된다. 한혜진과 장윤주를 모델로 한 미인도는 퓨전 한복에 도톰한 얼굴과 쌍거풀 없는 눈매로 한국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화려한 전통 한복을 입은 이선진은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미인도를 제시한다. 다소 보이시한 모습의 홍진경은 카리스마 넘치는 미인도를 보여주고, 양장을 입은 송경아는 도회적인 미인도를 연출하고 있다.
춘향을 현대적으로 그린 ‘21세기 춘향’, 신윤복의 ‘미인도’를 재해석한 ‘18세기 미인도’, 붉은 치마를 입은 자태가 고혹적인 ‘19세기 미인도’, 양장 머리에 원피스를 입은 ‘20세기 미인도’,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초감각적인 ‘22세기 미인도’ 등이 예전의 단아하고 교태스런 모습과는 달리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02-730-770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