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릴러 ‘이끼’ 선보이는 강우석 감독 “2시간38분… 한 컷도 버릴 게 없었어요”
입력 2010-07-06 21:34
강우석(50) 감독이 첫 스릴러 영화 ‘이끼’를 들고 돌아왔다. 자신이 잘 만들 수 있는 장르를 마다하고 낯선 스릴러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5일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 감독은 “난 ‘투캅스’나 ‘공공의 적’ 같은 영화만 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외화 고를 때 1순위는 항상 스릴러였어요. 그만큼 스릴러를 좋아해요. 그런데 스릴러는 대본이 정말 좋아야 하거든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좋은 대본이 있으면 나도 스릴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윤태호 작가의 ‘이끼’를 만나게 된 거죠.”
강 감독은 웹툰으로 연재되던 ‘이끼’를 4분의 1 정도 봤을 때 영화화할 결심을 했다. 가장 한국적인 마을을 무대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이 있었다면 안 했을 겁니다. 한국적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강 감독은 그의 표현대로 “사람 하나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외진 마을”을 배경으로 2시간38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성수기인 여름철을 겨냥한 영화치고는 러닝타임이 길다. 게다가 관람등급은 18세가. 흥행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강 감독은 영화에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대중이 뭘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긴 러닝타임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일단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끝나는 순간까지 시계를 들여다볼 일이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한 컷도 버릴 게 없었어요. 그래서 등급 재심 신청도 안 했습니다. 등급이 나오기 전까지는 큰 욕심도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비웠어요. 그래도 관객이 500만명은 돼야 하는데….”
웹툰 ‘이끼’와 영화 ‘이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웹툰의 마니아들이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 감독은 “가장 부담스러운 것도 그거였다. 잘못하면 망신만 당하겠다는 생각이 촬영 내내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정재영을 천용덕 이장으로 캐스팅 하자 부정적인 의견은 정점에 달했다. “다른 배우는 웹툰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갔는데 정재영은 반대였어요. 노인 역을 젊은 배우에게 맡긴 거죠.”
그는 “나이 든 배우가 회상 신을 찍을 때 젊은 배우를 대역으로 쓰면 성격이 유지가 안 된다”면서 “노인 분장을 제대로 하고 배우의 목소리, 톤 표정을 잡아서 해보자고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정재영이 안티가 없는 배우인데 이 역할 때문에 무지하게 안티가 많이 생겼다”면서 “그래도 시사회 후에는 그런 비난이 다 칭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이끼’ 만큼은 모든 배우가 100%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 중에서 한 명을 꼽아달라고 하자 망설이지 않고 유해진을 꼽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꺼냈어요. 코미디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기의 응어리를 털어냈습니다.”
영화는 웹툰보다는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하지만 끝까지 모호한 부분이 있다. 강 감독은 “마지막 10분은 관객과 같이 상상했으면 좋겠다”며 “개봉하면 관객들끼리 어떤 결론을 내릴 거고 나도 그런 이야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화 ‘이끼’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수십 년 동안 비밀을 감춰온 마을과 비밀을 밝히려는 이방인의 팽팽한 대결을 그린 영화다. 아버지와 의절하고 지내던 유해국(박해일 분)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마을을 찾는다. 마을 사람들은 이유 없이 해국을 경계하고 빨리 서울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해국이 이곳에 정착하겠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놀란다. 하지만 이장 천용덕(정재영)이 허락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마을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수상하다고 느낀 해국은 아버지의 흔적을 하나씩 쫓아간다. 비밀에 다가설수록 해국은 점차 위험에 빠진다. 14일 개봉. 18세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