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협박, 툭하면 폭행·폭언, 여학생 성추행까지… ‘불량교사’ 아직도 교단에

입력 2010-07-05 18:53


“담임선생님은 우리 반의 장애학생을 특수학교에 보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심지어 말을 더듬는다고 입에 테이프까지 붙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장애학생뿐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폭언을 일삼는 B교사를 거론하며 “담임선생님을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B교사는 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우를 노골적으로 무시했으며 종례도 하지 않고 홀로 귀가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A군은 주장했다. A군은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서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학부모 C씨는 아이가 교사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시력을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고 노심초사했다. C씨의 아이는 학급 반장을 맡았는데, 담임이 아닌 과목교사가 툭하면 휘두르는 몽둥이에 머리를 맞았다. 50여일 동안 반복되는 교사의 폭력에 시달린 아이는 “눈에 검은 커튼이 드리워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아이는 응급실로 이송됐고 6개월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5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학) 학부모상담실이 내놓은 ‘2008∼2009년 상담활동 사례집’에는 이처럼 교사들의 폭력과 폭언 등을 증언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교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한 상담 건수는 2008년에는 187건(30.9%)으로 불법찬조금이나 급식 등의 ‘학교문제’를 호소한 항목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173건(33.2%)으로 전체 상담건수 중 가장 많았다.

교사가 여학생을 암암리에 성추행해 왔다는 주장도 있었다. 학부모는 해당 교사를 처벌할 것을 요청했지만 해당 고등학교는 ‘학생이 선생님을 사랑해 빚어진 일’이라며 발뺌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다 걸렸다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교사가 “자퇴하라”고 압박해 너무 힘이 든다며 도움을 청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가해 교사들의 반론 없이 학생과 학부모들 주장만 싣고 있어 과장과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교사의 권위가 날이 갈수록 추락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인권 문제만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실제 교총이 지난해 교권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학생·학부모의 폭언과 폭행, 협박 등이 전체의 45.6%를 차지했다.

참학 박부희 상담실장은 “교육 현장에 교사들의 폭언이나 폭력 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가해 교사의 해명을 듣지 않은 만큼 문제 교사의 행동만 부각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