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피의자 인권대책’ 실효성 의문… 여론 들끓자 ‘재탕·땜질식 처방’

입력 2010-07-05 21:59


경찰청이 5일 아동성범죄 및 피의자 인권 종합대책을 쏟아냈다. 경찰 지휘부는 ‘환골탈태’ ‘아동성범죄와의 전쟁’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력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경찰 대책은 기존에 운영 중인 제도에 인력을 일부 보완하는 데 그쳤거나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이다. 올해 초 발표했던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재탕 논란도 일고 있다.

경찰청이 아동성범죄 대응책으로 제시한 성폭력 전담수사대는 지난 1월 신설된 원스톱 기동수사대를 확대 개편한 것에 불과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력이 두 배 정도 늘어나고 담당 부서가 생활안전국에서 수사국으로 바뀐 만큼 성범죄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며 “전담수사대는 성범죄 사건을 적극적으로 인지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설된 지 6개월밖에 안된 기구에다가 인원만 80명 늘린 것은 현실성을 따지기보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땜질식 처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스톱 기동수사대 관계자도 “조직 개편은 금시초문”이라며 “일선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대책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처방이 필요하다”며 “이전 대책을 재탕 삼탕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이 성범죄 예보제의 시행을 약속하며 이달 말까지 구축하겠다고 한 성범죄 지도시스템은 지난 2월 김길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5월 말까지 시스템을 완성하겠다고 발표한 대책이었다.

경찰관의 고문수사 의혹에 대한 방지 대책으로 나온 진술영상녹화 의무화는 예산 및 공간 확보가 먼저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472개인 진술영상녹화실을 단계적으로 900개 이상 늘릴 계획이다. 녹화실 한 개를 만드는 데 1300만∼2000만원이 들기 때문에 18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경찰이 올해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6억원에 불과하다. 녹화실을 추가 설치하려 해도 공간이 부족한 경찰서도 많다.

때문에 녹화실 확대 및 사용 의무화 등 제도적 접근보다는 일선 경찰관이 법 집행 자세를 바꾸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문 의혹 사건을 일으킨 양천서의 경우 녹화실이 7개나 있다. 양천서보다 규모가 큰 서초서의 녹화실이 3개인 것에 비하면 많은 수다. 그러나 양천서의 상반기 녹화실 사용실적은 186건으로 하루에 한 건 정도에 불과했다.

경찰청은 지난해까지 녹화실 사용을 성과지표에 반영했지만 실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이 심해 올해부터는 실적평가에서 제외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녹화실이 경찰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고문죄를 신설해 경찰관의 가혹행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김수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