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민간인 태운 軍보트 주말에 자주 목격”

입력 2010-07-05 21:53


군인 가족과 민간인들이 특수부대 휴양지에서 고속단정(RIB)을 타고 관광을 하다 전복 사고가 발생해 군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고는 천안함 사태 발생 100일이 되는 지난 3일 터졌다. 무엇보다 경계근무에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군은 작전에 쓰일 전력을 사적인 일에 사용했다. 게다가 사고 발생 직후 해경은 탑승자 13명이 탄 ‘레저보트’가 전복됐다는 보도자료를 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해경은 당일 오후 11시쯤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에서 “3일 오후 8시30분 만리포방파제 남서방 300m 지점 간출암과 충돌한 레저보트에서 유모(40)씨 등 1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저보트는 군 고속단정이었으며 탑승 인원도 15명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고속단정을 놓고 왜 해경이 사실과 다른 자료를 냈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사고는 고교 동문 모임차 태안 지역 소재 군 특수부대 휴양지를 찾은 군인 5명과 가족 8명, 예비역 민간인 2명이 오후 늦게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속단정을 무단 차출해 해안 지역 관광에 나섰다가 발생했다.

고속단정은 인근 지역에 위치한 국방부 정보본부 예하 정보사령부 소속 특수부대에서 작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주로 특수지역 침투 및 의심 선박 검문·검색용으로 쓰이고 있다. 최대 속력은 시속 약 80㎞. 운용 요원은 2명이며 무장 인원은 최대 13명이 탈 수 있다.

하지만 고속단정을 이처럼 무단 사용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인근 어민들은 “주말이면 군용 보트가 가족 단위 사람들을 태우고 만리포 주변을 돌아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민들은 “군용 보트가 워낙 빨라 어선들과 충돌하는 사고가 날까봐 조마조마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기강 해이가 문제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 하순에는 다국적 해군 연합 기동훈련인 림팩(RIMPAC)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하와이에 파견된 해군 간부들이 가족을 동반해 현지 관광을 다닌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훈련을 위해 하와이에 정박 중인 7600t급 세종대왕함에 승선한 장교 2명과 준사관 및 부사관 28명 등 총 30명은 국내에서 건너온 가족들과 와이키키 해변, 카일루아 해변, 하나우마베이 등 관광지를 돌며 쇼핑과 해양 스포츠를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