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밝힌 우리기업 국제 카르텔 제재 사례… 국내 버릇 못고쳐 해외서 ‘상습 담합국’ 낙인
입력 2010-07-05 22:01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밝힌 우리 기업에 대한 국제 카르텔(담합) 제재 사례는 안이한 대응이 큰 화를 불러일으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7년 미국에서 D-RAM 가격담합 혐의로 제소됐을 때 단순한 가격확인 수준의 상호 의사연락은 담합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가 거액의 벌금을 문 것은 물론 해당 임원이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
두 회사는 또 언론을 대상으로 경쟁자와의 담합 사실을 발설해 외국 공정경쟁당국에 인지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외국 경쟁당국 조사에 미숙한 대응으로 피해가 확대된 사례도 있었다. 한 대기업은 미국 공정거래당국으로부터 소환장을 발부받은 후 담합 관련 문서를 파기했다가 유죄인정 합의 시 담합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벌금을 깎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동남아 등 담합에 대한 제재 법률이 없는 국가에서 담합을 일삼다가 그곳에서 제조된 제품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으로 수출되면서 미국과 EU 경쟁당국으로부터 담합 철퇴를 맞은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무지와 안이함의 결과로 우리 기업은 국제 담합에 연루돼 2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는 등 담합 상습국가라는 낙인이 찍혔다.
공정위는 우리 기업들이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교육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해외에서 국제 카르텔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6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에 진출한 삼성, LG, SK, 현대중공업 등 30개 우리 기업 임직원 80명을 대상으로 올 들어 3번째 현지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2008년 8월 반독점법을 시행한 중국은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국제 담합 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설명회는 최대 수출시장이자 2만여 기업이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정도도 안하고 어떻게 사업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 문제되지 않는데…’ 등 안이한 판단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 카르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경쟁법 준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