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회 파문] 李 대통령, 연일 불호령 왜?… ‘제2 옷로비’ 우려

입력 2010-07-05 22:59


“옷 로비 사건처럼 될까봐 그렇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5일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를 경고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내놓은 답이다. 이 관계자는 “사안 자체는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데,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확대되는 것 같다”며 “옷 로비 사건도 제대로 관리를 못해 커진 사안 아니냐”고 말했다.

이른바 옷 로비 사건은 1999년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이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에게 수천만원대의 옷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특검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실패한 로비로 드러났다. 문제는 특검 과정에서 드러난 공직자들의 말바꾸기와 상류층의 행태 등이 문제가 되면서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 위기로까지 확대됐다.

청와대는 이번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정권의 도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번 사건을 잘못 다루면 집권 후반기를 맞는 정권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조사해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처음 제기됐을 때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확대됐다는 자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간인 불법 사찰을 어떻게 했는지, 그것을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투명하게 다 조사할 것이다. 아무것도 감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은 잘못이지만 야당이 제기하는 권력형 게이트 같은 것은 없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감추려는 게 문제인데, 우리는 감출 게 없다”고 장담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형 친인척 비리나 권력형 비리가 터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다행히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서 친인척 비리나 권력형 비리 문제는 없었다. 집권 초기 여사님 쪽 관련된 얘기(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옥희씨 공천 대가 수수 사건)가 있었지만, 청와대가 먼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신속히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야당은 7·28 재·보궐 선거 이후까지 계속 문제 삼을 태세다. 해명과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검찰 수사-야당 반발-특검’ 수순이 재연될 수도 있다.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정국 쟁점이 되고, 결국 옷 로비 사건처럼 정권의 도덕성과 연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