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사고현장 CCTV 2대 헛돌았다

입력 2010-07-05 21:57


인천대교 연결도로 고속버스 추락사고는 고속도로 안전관리에 허점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수사 중인 인천중부경찰서는 사고 장소 인근에 CCTV 2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사고 전후 다른 곳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CCTV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마티즈 승용차를 사전에 포착해 차량이 제때 갓길로 이동되도록 조치가 취해졌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지점과 근접한 요금정산소(톨게이트) 앞 과적차량 검문소 인근에 설치된 CCTV는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차량들의 번호판을 찍기 위해 고정돼 있었다. 이 CCTV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마티즈 승용차에 대해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 과정만 포착했을 뿐 엔진 고장으로 2차로에 멈춘 이후에는 찍지 못했다.

또 다른 CCTV 역시 사고 지점에서 공항 방향으로 900m 앞에 설치돼 있었지만 톨게이트 바로 앞 200m 지점의 반대 차로에 멈춰 있던 다른 고장 차량만 감시하느라 사고 현장 및 순간을 촬영하지 못했다.

고속순찰대 순찰차량도 인천공항고속도로 공항신도시 분기점과 제2경인고속도로 학익분기점 사이 21.3㎞ 구간에 1대만 배치돼 있었던 데다 사고 발생 당시 인천대교 사장교 구간의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대교㈜ 소속의 또 다른 순찰차량은 톨게이트 500m 이전 지점 갓길에서 고장 징후를 보이고 서 있는 마티즈 승용차를 발견했지만 이 승용차를 톨게이트까지 안내한 뒤 운전자 김모(45·여)씨에게 “고장이니 견인요청을 하라. 견인요금은 무료”라고만 말하고 사라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속도로 안전관리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불러 CCTV 미작동 원인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고 장소의 가드레일 높이와 재질 강도에 대해서도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고 버스에 장착된 운행기록계(태코미터)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하는 등 과속 여부에 대한 의혹도 남김없이 밝히기로 했다.

한편 유가족대책위원회 황병원(54) 위원장 등 30여명은 인천시청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성의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또 이번 사고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공영석(49)씨의 발인식이 6일 오전 부산 대동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