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선 與후보 코모로프스키 승리… 親서방 정책·재정 개혁 속도낼 듯

입력 2010-07-05 18:26

대통령의 비행기 추락사라는 비극적인 사건도 표심을 바꾸지는 못했다.

4일 치른 폴란드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시민강령(PO)의 보르니슬라브 코모로프스키 당선자는 올해 초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후로 꾸준히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코모로프스키 당선자는 당론에 따라 유로존 가입, 유럽연합(EU) 및 독일·러시아 외교 강화, 시장친화정책, 재정 강화를 위한 건전성 제고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모로프스키 후보의 대선 행보에 지난 4월 제동이 걸렸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 등이 사망하면서 동정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대선 1차 투표에선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이 41.5%, 숨진 동생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한 쌍둥이형 카친스키 법과정의당(PiS) 당수가 36.5%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일부에선 카친스키 전 대통령이 도날트 투스크 현 총리에게 역전승했던 2005년 대선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야당 소속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인 투스크 총리의 갈등에 지쳐 있었다. 두 사람은 경제개혁과 외교정책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안정을 원한 유권자들은 결국 코모로프스키의 손을 들었다.

친기업, 시장경제 성향의 중도우파 정치인인 코모로프스키 당선자는 투스크 총리와 호흡을 맞춰 정부의 재정개혁과 대 EU 관계강화를 적극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독일과의 관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단행할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1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로 승리한 데다 올해 말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내년 총선을 의식해 과감한 개혁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폴란드 브레방크의 리차르트 페트루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투스크 총리가 대담한 개혁프로그램을 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원 내각제인 폴란드에서 대통령은 명목상, 대외적 국가원수여서 코모로프스키는 투스크 총리에 비해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카친스키 전 대통령과 같은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