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의 희망’ 랩톱 PC… 美NGO와 손잡고 초등교 보급 총력 “IT혁명 밀알 기대”
입력 2010-07-05 21:55
지난 6월 중순,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의 한 초등학교. 학생 49명이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있다. 이들 앞엔 어둡고 먼지 낀 교실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세련된 노트북 49대가 놓여 있다. 학생들은 노트북을 이용해 물과 숲을 주제로 한 과학 수업 중이었다. 화면엔 상어와 알래스카의 숲이 보인다.
“스크린에 뭐가 보이죠?” 교사의 질문에 “저요, 저요!” 함성이 쏟아진다. 이내 누군가가 “물이요, 물고기요”라고 외친다.
르완다 정부는 최근 빈국 학생에게 노트북을 전하는 미국의 NGO ‘OLPC(One Laptop Per One Child)’와 손잡고 키갈리 초등학교 2곳에 노트북 시범보급을 마쳤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5일 인터넷판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르완다 어린이에게 보급된 랩톱이 이 나라에 교육혁명과 테크노혁명을 일으키며 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지를 전망했다.
미국 MIT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2005년 시작한 OLPC운동은 빈국 학생에게 전해진 노트북이 ‘집단적이면서 즐겁고 자율적인 수업’을 자극함으로써 한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35개국에 140만대가량이 보급돼 있지만 르완다가 가장 적극적이다. 르완다는 누구보다 폴 카가메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르완다 경제를 2020년까지 현재의 3배로 키워 아프리카의 테크노 허브로 키우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내륙의, 천연자원도 나지 않는 척박한 이 나라에선 황당한 꿈으로 비칠 수 있다. 1994년 80만명이 희생된 대량 학살의 상처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황이다.
카가메 대통령은 그 꿈을 향해 가는 데 OLPC 노트북이 ‘고속도로’가 돼줄 것으로 믿고 있다. 초등생에게 보급된 노트북 1대는 이 나라 어린이에게는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결핍됐던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다. 노트북 보급은 전기의 공급 확대와 인터넷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기대로 정부는 노트북이 보급된 학교에 전기와 인터넷을 설치하는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학교의 IT 인프라는 동네 커뮤니티에도 개방키로 했다.
르완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10만대를 더 구입하고, 2년 내 250만 전체 학생의 절반에게 이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나라는 아직도 1100만 인구의 7%에게만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 보급형이지만 181달러(약 22만원)라는 노트북 가격은 결코 싼 게 아니다. 교사 한 달 월급이 100달러 정도다. 더욱이 성공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안에 무리하게 예산을 쏟아붓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르완다 정부는 어린이들이 가져올 정보혁명에 희망을 걸고 도전의 뜻을 피력했다. 정부 측 OLPC 책임자 은쿠비토 마쿠라무차는 “일단 물에 몸을 던지고, 수영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르완다야말로 우리의 이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끝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