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채프먼 체포로 본 여성스파이史… 007영화 ‘M’모델은 주부간첩
입력 2010-07-05 21:41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채프먼(28)이 체포되면서 여성 스파이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지난 3일자에 ‘여성 스파이들의 비밀’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채프먼이 대중의 인식에 자리한 여성 스파이 모습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전했다. 또 채프먼을 ‘인터넷을 사용하는 팜므파탈(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매력의 요부)’ ‘빨강머리의 미녀’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여성 스파이 전형에서 가장 벗어난 인물은 누구였을까. 바로 멜리타 노우드였다. 노우드는 체포 당시 87세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무덤덤하고 검소한 생활을 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40년 넘도록 영국의 국가기밀을 옛 소련의 KGB(국가보안위원회) 쪽에 넘긴 스파이였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의 첫 여성국장을 지낸 스텔라 리밍턴은 ‘스파이 총수’인 동시에 한 가정의 평범한 어머니였다. 이 칼럼에선 그녀를 대표적인 주부 스파이로 표현했다.
그녀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망명 희망자와 은밀하게 만나기로 약속된 상황에서 딸이 위급해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며 스파이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1992∼96년 MI5를 이끌었던 리밍턴 전 국장은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첫 정보국장이면서 첩보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M’이란 암호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한편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채프먼이 프러퓨모(Profumo) 사건을 일으킨 여성 스파이 크리스틴 킬러와 유사하다고 소개했다. 63년 당시 존 프러퓨모 영국 국방장관의 정부였던 킬러는 소련군 장교 유진 이바노프의 애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결국 프러퓨모는 실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