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자비용 급증 불구 접대비 14%↑
입력 2010-07-05 18:12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대출금과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로 지급한 금액이 이자수익의 3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처럼 경영환경이 나빠졌는데도 접대비 지출은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7180개 업체를 표본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기업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42조36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5일 밝혔다. 국세청에 신고된 기업 수가 30만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 1억4100만원을 대출이자로 낸 셈이다.
한은은 불황을 견디기 위해 기업들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많이 빌리거나 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자 연명하기 위해 급한 대로 돈을 끌어다 썼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금융회사에 예치해 얻은 이자수익은 14조8900억원에 불과했다. 금융비용이 수익보다 2.85배 많은 것. 금융수익 대비 이자비용은 2005년 2.77배였다가 2007년 2.27배, 2008년 2.43배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다시 급등했다. 특히 중소제조업체들의 이자비용은 3.88배로 가장 높았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08년 18.6%에서 지난해 2.6%로 주저앉으면서 인건비와 접대비 등 관리비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급여와 퇴직금, 복리후생비를 합친 인건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3%, 2007년 4.6%, 지난해 5.1%로 상승했다.
접대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까지 0.2%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0.3%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기업이 지출한 접대비는 6조5000억원으로 전년도의 5조7000억원보다 14% 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비롯한 전문서비스업은 지난해 매출액 12조6000억원 가운데 1.1%인 1400억원을 접대비로 사용, 접대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기업 경기를 반영하는 광고비 집행은 급감, 불황을 실감케 했다. 기업 전체 광고·선전비는 2008년 15조원에서 지난해 13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조만간 금리가 상승할 경우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부터 이자 부담과 대출금 상환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