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방어수단… 기업들 ‘초다수결의제’ 선호

입력 2010-07-05 18:12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할 수단으로 ‘초다수결의제’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적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적대적 M&A 방어 규정을 갖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108곳이라고 5일 밝혔다. 상장사협의회는 12월 결산법인 713곳(외국회사 3곳 제외)을 대상으로 정관을 조사했다.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회사는 51곳이었다. 초다수결의제는 현행 상법에서 규정한 특별결의 요건보다 더 까다롭게 조건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총회 때 결의 요건을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90% 이상, 그리고 발행주식 총수의 70% 이상’ 등으로 높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주총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이사를 선·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 제도를 정관에 명시한 기업은 23곳에 이르렀다. 황금 낙하산은 적대적 M&A로 퇴임하는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 등을 주도록 정관에 명시해 인수비용을 높이는 방법이다.

시차임기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19곳이었다. 시차임기제는 이사회 임기만료 시기를 교차하도록 해 한꺼번에 경영권이 교체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다. 다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늦추는 효과만 있다. 정관에 이사 자격에 관한 규정을 둔 회사는 15곳이다. 이사자격 제한제도는 경영권을 장악한 쪽에서 합병 뒤 정관을 변경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상장사협의회는 포이즌 필(Poison Pill)이 도입되면 초다수결의제 등 소극적 방어수단은 폐지되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가 진행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제도다. 포이즌 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 3월 10일 국회에 제출됐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