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勞 “공정성 확보 추진 탄력” 使 “방송파행 여론만 악화”
입력 2010-07-05 21:22
KBS의 수신료 인상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KBS의 새 노조인 전국언론노동합 KBS본부의 총파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PD와 기자를 중심으로 920명이 가입해 있는 새 노조는 ‘KBS 공정방송 쟁취’ 등을 내걸고 지난 1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파업으로 방송 파행이 심각해 질 경우 시청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새 노조는 다른 방송과 차별화된 공정한 방송을 하는 것이 결국 수신료 인상에 도움이 된다며 공정방송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파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이 결렬이다. 새 노조는 임금인상 10%인상, 노조전임자 요구, 별도 노사협의체 요구 등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지위에 대한 조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단체협상의 최대 쟁점은 노조가 사측과 뉴스,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인 공정방송 관련 조항(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김우진 홍보국장은 “공정방송위원회는 KBS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취재하고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구이기 때문에 공방위 설치 여부는 언론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미 KBS노동조합(구 노조)과 공방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형식적으로는 임·단협 결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요구를 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는 KBS 파업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그간 KBS는 현정권 들어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비판적 기능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연장선에서 언젠가 KBS 구성원들이 공정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사측에 목소리를 낼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이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KBS의 파업은 수신료 인상의 동력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새 노조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인 이유는 KBS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요구대로 오히려 공방위가 설치되면 향후 KBS의 수신료 인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방송 파행은 시청자 불만을 불러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을 나쁘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KBS는 파업 직후 간부들에게 시청자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상 방송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독려했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새 노조가 내건 파업의 명분은 KBS 구성원의 일부 의견일 뿐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일부 구성원들의 파업으로 KBS의 숙원 사업인 수신료 인상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