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화청사 더는 꿈도 못 꾸게

입력 2010-07-05 18:03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신축 건물 면적을 주민과 공무원 수에 비례해 짓도록 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지자체 인구 규모에 맞춰 신축 청사의 최대 면적을 제한함으로써 호화·과대 청사를 짓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그동안 재정자립도와 주민 수를 고려하지 않은 일부 지자체의 호화 청사 신축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었다. 대표적 사례는 1760억원에 부지를 매입하고 3222억원의 건축비를 들여 신청사를 지은 성남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신청사의 용도를 변경해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자산가치가 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물건의 구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남시뿐 아니다. 700억원대의 구청 건물 신축을 추진하다가 재정난에 봉착한 대전 동구, 지자체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1187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완공한 서울 용산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재정자립도가 50%를 밑도는데도 청사를 신축했거나 짓고 있는 지자체가 20곳을 넘어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대호 안양시장은 전 시장이 추진하던 100층짜리 신청사 건립계획을 백지화했다. 민자를 유치하더라도 사업비만 2조2000억원인 초대형 프로젝트를 안양시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안부가 호화·과대 청사를 짓는 지자체에 대한 지방교부세를 대폭 삭감해야 한다. 또 해당 공무원에게 행정상 불이익을 주고, 법적으로 하자가 있으면 처벌을 의뢰하는 강력한 처방을 써야 한다. 주민소송과 감사청구 등을 통해 주민들이 지자체장들의 예산 낭비 정책을 감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청사 신축 계획을 세울 때 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신축과정에 주민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반면 낡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부산 서구와 대구 남구, 옛 경찰서를 활용한 경남 통영시 같은 지자체에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