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다문화가족 다시 보기
입력 2010-07-05 17:48
마리탯스 마라빌리아(한국명 이미연)는 필리핀 출신으로 8년 전 강원도 횡성의 농가로 시집왔다. 이후 아들 둘을 낳았고 남편과 함께 벼농사, 복분자 재배, 한우 사육 등에 힘쓰고 있다.
미연씨는 3년 전 5년 동안 수발들었던 시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복분자 재배를 도맡아 지난해엔 1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횡성군의 복분자 전문가 김명숙씨가 후견인을 자청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했고 그 또한 적극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달 말 내놓은 ‘농촌 다문화가족의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 보고서에 소개된 결혼이민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미연씨는 그간 농협의 다문화여성대학에도 다녔고 농가주부모임에서도 활동하는 등 낯선 이국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소프트랜딩한 경우다.
다문화가족이란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구성한 가족을 뜻한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다문화가족이 적지 않다. 지난해 총 30만9759건의 혼인 중 한국 남자와 외국인 여성의 혼인은 2만5142건으로 전체의 8.1%였다. 그런데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의 혼인 5640건 중 외국인 신부를 맞이한 것은 1987건으로 35.2%나 된다.
보고서는 결혼이민자 누계를 2010년과 2020년에 각각 18만명과 35만명으로, 결혼이민자 자녀는 같은 시기에 각각 11만5000명과 30만2000명으로 추계한다. 출산아수가 30년 전의 반으로 줄면서 지난해 44만5000명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매년 2만명 가량의 결혼이민자 자녀 증가세가 주목된다.
다문화가족의 순조로운 정착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다문화가족에 미연씨와 같은 성공사례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기결혼, 남편의 폭력, 시집식구들의 학대, 문화적 차이 등에서 빚어지는 결혼이민자들의 아픔을 제대로 품어주지 못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커녕 되레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16조4000억원을 퍼부었지만 출산율은 세계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겠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배려와 지원수준을 높이는 게 좋겠다. 올 다문화가족을 위한 정부예산은 겨우 512억원이다.
당장 다문화가족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주무부처가 절실하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7개 부처가 따로따로 정책을 펴고 있다. 출산 친화정책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