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사명감 부족하다?… 자립할 확률 10%인데 신학생만 광야로 몰 것인가

입력 2010-07-05 17:21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지만 많은 목회자들은 현재 한국교회에 개척자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특히 목회적 측면에서 ‘교회 개척’은 한국교회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명제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최근 신학교를 졸업하는 신학생들 가운데 개척에 대한 의지가 투철한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신학교 교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통상 개척해서 3년 이내에 자립할 확률이 10% 미만이라고 한다. 10개의 교회가 개척돼서 ‘살아남는’ 교회는 1개에 불과하다보니 점차 개척의 길로 떠나는 목회자들의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목회 전문가들은 신학생들에게 사명감을 불어넣어 개척을 떠나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단 및 중·대형 교회의 개척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각 교단들은 나름대로 교회 개척 정책을 수립하며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74년 ‘일만교회운동’을 시작했던 예장 합동은 2005년부터 ‘이만교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합동은 매년 교회설립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세미나를 수료하고 노회 추천을 받은 목회자 가운데 자체 심사를 거쳐 500만∼1500만원의 개척자금을 지원한다. 운동본부는 개척교회의 합동 설립 예배를 주관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매년 30여개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2007년 ‘기장 비전 2015운동’을 결의, 교단 제100회 총회가 열리는 2015년까지 꾸준한 교회개척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9월 첫 주일을 개척선교주일로 정해 기장 소속 전 교회들이 개척을 위해 기도하며 헌금을 드린다. 교회 개척자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2006년부터 개척을 위한 ‘희망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기독교한국침례회는 개척자 및 개척 2년 미만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교회개척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도 개척훈련원과 목회진흥원을 통해서 개척을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각 교단들이 개척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나 결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 교단 주도로 개척하는 교회 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정작 세워진 교회들도 장기 미자립 상황이 되면서 교단의 또 다른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개척 자체뿐 아니라 개척자에 대한 지속적 후원, 관리, 개척 목회자에 대한 목회 코칭 등이 절실하다.

중·대형 교회에서는 적극적으로 분립 개척을 고려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어느 정도까지 교회가 성장하면 교회의 성도를 떼어서 개척하는 새 교회에 보내는 것이다. 이미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지구촌교회 등을 비롯한 대형교회들이 분립 개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동산교회 형제침례교회 강남향린교회 향상교회 등 분립 개척의 모델이 된 교회들도 있다. 이렇듯 분립개척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교회 내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목회 전문가들은 분립 개척에 대한 다양한 사례 및 방법론을 연구해서 한국교회가 이를 차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진 목회전략컨설팅연구소 소장은 교단과 개교회, 교회 개척자가 교회 개척의 로드맵을 정확히 설정하고 그 설정된 로드맵에 의해서 교회를 세우는 ‘전략적 교회 개척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개척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명제다. 교회 개척을 통해 건강한 새순들이 자라날 때에라야 한국교회라는 큰 숲이 건강하고 풍성하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는 지금 ‘푸른 그리스도 계절의 도래’를 꿈꾸며 길을 떠나는 개척자들이 필요하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