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장로교회… 4개교회 분립·성장 이끄는 든든한 맏형
입력 2010-07-05 21:09
프랑스 파리장로교회 이극범(61·사진·한인세계선교사회 대표회장) 목사는 욕심이 없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프랑스 파송 첫 번째 선교사로서 인재 양성에 남달랐다. 1987년 8월 파리장로교회에 부임한 이래 퐁네프교회(김승천 목사) 선한장로교회(성원용 목사) 삼일장로교회(박용관 목사)를 차례로 분립 개척시켰다. 파리장로교회 부목사 출신을 분립시켜 이들이 목회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엔 ‘4형제 교회’ 결연까지 했다. 그는 “교단은 달라도 후배들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이밖에 1.5세 출신 한상원 목사를 프랑스 교회에 파송, 3년간 목회실습을 받게 한 뒤 지난해 8월부터 부르즈침례교회를 이끌도록 지원했다.
“프랑스 침례교단으로부터 한 목사 인준 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프랑스 교회 재정구조가 취약해 머뭇거리기도 했어요. 저희 교회가 필요한 재정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했죠. 프랑스의 재복음화를 위해선 얼마든지 감수해야죠.”
파리한인침례교회(이상구 목사)를 제외하곤 파리의 12개 한인교회가 현지 교회를 빌려 보통 주일 오후에나 예배를 드린다. 이 목사도 처음엔 교회 건물을 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교회 재정을 건물 구입보다는 선교 등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적잖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빌려 쓰고 있는 루터교회가 재정난으로 교회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을 세웠을 때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한 달 내에 다른 곳을 찾아보라는 통보가 왔어요. 청천벽력과 같았어요. 파리에서 한인 500명이 마음껏 예배드릴 수 있는 처소를 구하는 게 어렵거든요. 이에 온 교인들이 하나님께 강청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는 기적을 낳았다. 프랑스 정부가 루터교회에 매주일 500명 이상 성도들이 정상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으니 교회가 존속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 파리시는 교회를 아예 문화재로 지정해버렸다. 그러자 입장이 뒤바뀌었다. 루터교회가 이 목사에게 20년 이상 교회 건물을 사용해줄 것을 간청했다. 결국 문 닫을 뻔한 프랑스 교회를 살린 것이다.
파리장로교회는 프랑스어권 사역자들을 도울 뿐 아니라 92년부터 해마다 아프리카에서 단기 선교활동도 펼친다. “아프리카에는 프랑스어 사용국이 24개국이나 됩니다. 프랑스어권 선교사들은 대체로 프랑스에서 언어 및 문화적응 훈련을 한 뒤 선교지로 떠납니다. 문제는 내란, 교육환경 등 이들의 사역 기반이 매우 열악하다는 거죠.”
이 목사는 권경숙(모리타니) 백남일(튀니지) 조성덕(소말리아) 전미자(토고) 이향모(알바니아) 등 프랑스어권 선교사는 물론 프랑스 국내 사역자 고금자(리용) 정철(룩셈부르크) 한상원 선교사 등을 돕고 있다. 2002년 교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차드에 한인 선교사를 파송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그룹별 성경공부를 이끌고 있다. 유학생은 전공별로, 주재원 화가 교민 등은 그룹별로 제자훈련을 시키고 있다. “프랑스 한인들은 고급 재원입니다. 한인교회는 이들을 잘 양육해 한국교회에 공급할 책무가 있어요. 국제정치학 경제학 불문학 미학 역사학 영화학 조형미술학 건축학 등을 전공한 프랑스장로교회 출신 유학생과 주재원들의 모임이 한국에 구성돼 있어요. 고국을 찾을 때마다 이들을 만나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목회자의 보람이자 특권이죠.”
파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