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목회자가 희망이다
입력 2010-07-05 14:43
[미션라이프] 40대 목회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전병욱(삼일교회) 이찬수(분당 우리교회) 김학중(꿈의교회) 김정석(광림교회) 정승룡(대전 늘사랑침례교회) 목사 등 유명 목회자부터 담임목사를 돕는 부교역자까지 40대 목회자는 한국교회의 ‘허리’이자 ‘희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할렐루야교회와 지구촌교회 후임이 40대로 결정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1960년대에 출생해 80년대 신학교에 입학한 뒤 90년대에 목사안수를 받은 40대 목회자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전문성과 영성, 지성을 갖추고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혹(不惑)의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에서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뭘까. 첫째, 한국교회의 리더십 이양과 직결돼 있다. 60대 목회자의 후임으로 50대가 아닌 40대가 바통을 이어받는 것은 그만큼 변화의 요구가 크다는 반증이다. 오연택(42) 대구제일성결교회 담임목사는 해외 유학파도, 목회자 자녀도 아니지만 2006년 38세의 나이로 담임목사에 취임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내 파란을 일으켰다. 오 목사는 “교인들이 가시적 성과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40대의 강점을 꼽으라면 변화에 대한 순발력, 유연성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40대 목회자의 네트워크와 정보화 능력을 강조했다. 40대 목회자들은 90년대 중반 천리안에서 신학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90년대 말부터 이메일과 인터넷 설교, 목회자 모임 등 온·오프라인을 적극 활용한 경험이 있다. 오 목사는 “현재 대구에선 40대 목회자 25명이 교단을 초월해 정기적 모임을 갖고 있다”면서 “요즘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일정관리는 물론 교회 홈페이지까지 관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둘째, 목회 전문성과 야성에 있다. 23년 전 성경통독 운동을 시작해 한국교회에 대중화시킨 조병호(49) 하이기쁨교회 목사는 “20년 전만 해도 서양의 분석적 방법과 동양의 전체적 방법에 따라 성경을 역사 순으로 읽는 성경통독이란 말은 없었다”면서 “꾸준히 ‘이슈 파이팅’을 한 결과 한국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거대담론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요즘 40대 목회자는 과거처럼 민주화와 복음화 운동이라는 양분된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 증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강석(49) 새에덴교회 목사도 “목숨을 건 영성과 목회 트렌드에 맞는 수행능력, 수많은 목회 자문위원들의 협력 등이 황무지에서 새에덴교회라는 꽃을 피게 했다”면서 “건강과 지성, 영성, 원숙함이라는 네 박자를 갖춘 40대 목회자야말로 한국교회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목회 건강성에 있다. 2007년 서울 풍납동 광운교회에 부임한 전상호(43) 목사는 남성 성도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전 목사는 “39세에 부임했지만 목회 본질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적 권위가 서더라”면서 “40·50대 남자 성도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노후 문제와 남편·아버지 역할, 직장 스트레스 등을 치유하니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변화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인천시 부개1동 지하실에서 엘림교회를 개척한 오주영(42) 목사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열악한 교회였음에도 공부방을 통해 100여명의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학에 진학시키며 희망을 제시했다. 오 목사는 “부족하고 좌충우돌하지만 40대는 소신껏 목회를 해볼 만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있다. 50·60대 목회자들이 갖춘 원숙미나 거대담론 제시능력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50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청빙 경쟁률, 교회 개척의 어려움, 부교역자 퇴직 연령 등은 ‘출구’가 불투명한 40대 부교역자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이상화(47)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장의 40대 목회자들은 기성 목회자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끼어 의기소침해 하고 있다”며 “영적 혜안과 역사의식,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경에서도 위대한 지도자는 40대부터 시작했다. 요셉이 형들을 만나 극적인 화해를 했던 때는 총리 9년차였던 39세의 일이다. 모세는 40세에 민족을 구원할 지도자로서 훈련을 시작했으며, 37세에 이스라엘 전체의 왕으로 등극한 다윗은 40년간 국가를 통치했다. 10년 뒤 한국교회가 궁금한가. 40대 목회자를 주목하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