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정무 감독, 마무리가 좋다
입력 2010-07-04 19:31
국가대표 축구팀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지난 주말 사임했다. 2007년 12월 7일 대표팀을 맡은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허 감독은 “거취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차기 감독을 선임해야 할) 축구협회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계약 연장 제안을 뿌리치고 깨끗이 물러나는 그에게 축구팬들은 “아름다운 퇴장”이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과 성격을 최적의 상태로 배합해 승리를 일궈내야 한다. 이 점에서 허 감독은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할 만하다. 그는 국내파 감독의 한계로 지적돼온 여러 핸디캡을 뛰어넘어 ‘한국인 감독 월드컵 첫 승’과 ‘한국 축구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축구의 고질이었던 학연을 배제하고 외압을 이기면서 오직 실력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했다. 이런 그의 공평무사한 처신이 있었기에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에 의연할 수 있었다고 본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도 기억할 만하다. 그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 코칭 스태프와 선수, 감독과 선수, 그리고 선수들끼리 수평적으로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해 최고의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또 경기에서는 엄격하면서도 생활에서는 자상한 리더십을 발휘, 자유분방한 신세대 선수들의 기량을 최고로 펼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 같은 허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이 재임기간 중 치른 45경기 가운데 22승 8패 15무의 기록을 달성하는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허접 축구’니, ‘허무 축구’니 하며 비방할 이유가 도무지 없는 것이다.
허 감독은 차기 사령탑에 대해 “국내의 유능한 분이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한국인 감독을 희망했다.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는 인재가 많다. 그러나 그가 축구계를 멀리 떠나서는 안 된다. 당장은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의 말대로 한국 축구의 영광을 위해 조국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