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얼굴에 물 뿌리고 욕설 72일간 부당 구금까지… 아직도 이런 경찰이

입력 2010-07-04 19:15

서울 양천경찰서의 가혹 행위를 공개한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인권 침해 사례를 또다시 공개했다. 이번에는 부당한 구금과 조사 과정에서의 인격 모독적 행위 등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어 인권 침해가 한 경찰서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 접수된 진정서를 토대로 전국 7개 경찰서(중복 가능)에서의 경찰관 가혹 행위 7건을 담은 ‘공보 제2호’를 4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11일 한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가 반말과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듣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가 녹음한 음성파일에서 해당 경찰관은 “니가 인마, 자세가 그렇잖아. ××야, 말하는 투나. ××야”라고 말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인권위는 이런 행위가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 규칙’을 위반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 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 판단, 해당 경찰서장에게 피진정인을 주의 조치토록 권고했다.

경찰관이 진정인에게 물을 뿌린 사례도 있다. B씨는 지난해 10월 10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 한 음식점에서 소란을 피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체포 사유에 항의하자 경찰관이 마시던 물을 얼굴에 뿌렸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경찰은 물을 뿌리는 듯한 행동만 했다고 주장했으나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물을 뿌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이 한 시민을 72일간 부당 구금한 사례도 확인됐다. C씨의 아버지는 “경찰이 지난해 6월 골목에 쓰러져 있던 아들을 동명이인인 벌금 미납자로 오인해 검찰로 이송했다”며 진정을 냈다. C씨는 지난해 6월 28일∼9월 7일 구치소에 수감됐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신원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문 확인을 하지 않고, 벌금 미납자와 C씨의 사진을 대조하지 않은 점 등은 피해자가 72일간 구금되는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하는 한편 관할 검찰청에도 해당 직원을 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야간 조사를 한 경찰관도 있었다. D씨는 “경찰이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새벽 2시까지 야간 조사를 했다”고 진정서를 냈다. 법무부가 마련한 인권보호수사준칙에 따르면 자정 이후 심야 조사가 금지돼 있다. 다만 피의자나 변호인의 동의를 받는 등 예외 사항이 있어야 심야 조사가 가능하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을 직무 교육하도록 권고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