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비야·클로제 웃을 때 메시·둥가는 울었다
입력 2010-07-04 22:01
남아공월드컵 4강이 추려진 가운데 승자와 패자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승자는 내친김에 우승까지 노리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있고, 패자는 눈물을 머금고 쓸쓸히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타들은 다비드 비야(29·스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32·독일)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6·네덜란드)다.
비야는 4일(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파라과이와의 8강전에서 후반 38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60년 만에 ‘무적함대’ 스페인을 4강에 올려놓았다. 비야는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해 스페인이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8강전까지 총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뽑아낸 6골 가운데 5골을 책임지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비야는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서며 팀의 사상 첫 우승과 함께 득점왕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전차군단’ 독일의 스트라이커 클로제는 이날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2골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득점왕(5골)에 올랐던 클로제는 월드컵에서만 개인 통산 14호 골을 기록해 역대 독일 최고의 공격수로 추앙받는 게르트 뮐러와 동률을 이루는 기쁨을 맛보며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브라질 호나우두 15골) 신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 가입한 클로제는 1골을 더 보태면 2002년 한·일대회부터 3회 연속 월드컵에서 5골씩 터트리는 놀라운 기록도 세우게 된다.
스네이더르는 3일 브라질을 상대로 혼자 2골을 몰아넣으며 일약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스네이더르는 펠리피 멜루의 자책골로 기록됐던 후반 8분 골이 4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 자신의 골로 인정됨에 따라 통산 4골로 득점 공동 2위로 올라서는 겹경사를 누렸다. 루이스 수아레스(23)도 가나와의 8강전에서 ‘신의 손’으로 팀을 4강까지 올리는 공을 세워 우루과이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반면 리오넬 메시(23·아르헨티나), 아사모아 기안(25·가나)과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50), 카를루스 둥가 브라질 감독(47)은 패배의 쓰라린 아픔을 안고 남아공을 떠나게 됐다. 이번 대회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혔던 메시는 5경기에서 무득점의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대회를 마감했고, 기안은 경기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을 어이없는 실축으로 날려버려 눈물을 삼켰다. 마라도나 감독과 둥가 감독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