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위 오른 영포회… “사조직” “순수모임” 논란
입력 2010-07-04 21:29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영포회’는 정권 초기부터 권력 핵심부의 사조직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영포회는 경북 포항·영일 출신의 정부중앙부처 5급 이상 공직자 모임이다. 현재 회원은 80∼90명 정도다. 회장을 맡았던 이원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5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아직 후임 회장을 뽑지 못했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순수한 동향 모임”이라며 “지난해 연말 모임을 못해 올해 초 신년회동을 한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영포회 측은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불법사찰 논란이 영포회로 확산되자 “이 지원관은 포항과 영일이 아닌 경북 영덕 출신이라 정식 회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이 지원관이 모임에 몇 번 나온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없다”면서 “동향인 친목모임에 근처에서 자란 사람이 온다는데 말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지원관은 2008년 조홍희(현 서울지방국세청장)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의 비리를 눈감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암행조사를 벌여 조 국장이 강남 룸살롱을 10차례 출입했고 한 재벌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주의 조치만 주고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조 국장은 같은 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무에서 지휘했다. 민간인에게는 가혹한 불법사찰을 하고 정작 감시해야 할 공무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역시 포항 출신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해서도 “영포회 회원이 아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이 비서관은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공직 기강 관련 보고를 이 지원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또 자신을 뺀 채 보고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청와대 내에서 행정관에게 폭언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포항) 후배 공무원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영포회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2008년 11월 서울 한 호텔에서 있었던 영포회 송년 모임은 아직도 회자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실세들이 참석했고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참석하려다 막판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지금) 이대로!”라는 건배사에 이어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는 등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또 용산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석기 전 경찰청장(경북 영일 출신)도 영포회 회원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