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심상찮다” 급히 불끄기… 청와대, 거센 불길에 위기의식 반영
입력 2010-07-05 04:02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사찰 과정에서 여러 불법 탈법적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며 “철저하게 조사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진상조사를 지시한 배경은 두 가지로 읽힌다. 우선 불필요한 의혹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논리가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박영준 국무차장, 이영호 비서관 모두 영포회 멤버가 아니고, 민간인 사찰 의혹 자체가 영포회와 관련이 없다”며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를 권력형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 비춰 이 대통령의 강한 언급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이른바 ‘영포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차단 성격이 짙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하지만, 도를 넘어선 야당의 정치공세에도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투 트랙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7월 28일에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예정돼 있고,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에 대한 의혹이 계속 확산될 경우,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로 넘어가면서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다. 현재까지는 총리실 이인규 지원관이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업인 김모씨를 조사하면서 불법 압수수색을 하고, 경찰에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조사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만큼 이 지원관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졌다.
일단 의혹으로만 제기되고 있는 비선 라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원관이 이영호 비서관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공직윤리지원실이 총리실 권한을 넘어선 사찰 행위를 했는지 여부, 그리고 공직윤리지원실과 박영준 국무차장의 관계 등이 조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아직 수사 대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안이 검찰로 넘어갈 경우,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검찰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박 차장과 이 비서관도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