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도 몰랐다는데… 이인규 윗선 누구?… 野, 민간 불법사찰 ‘몸통’ 박영준 국무차장 ‘의심’
입력 2010-07-04 22:05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윗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리실 2급 공무원에 불과한 이 지원관이 불법사찰의 몸통이 아닌 실무 책임자였다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의 보고가 비선라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지휘·감독 책임을 지고 있던 권태신 현 국무총리실장과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모두 내사사실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지원관은 특히 지난달 21일 민주당 신건·이성남 의원의 폭로로 이 사건이 알려지기 사흘 전인 지난달 18일 권 실장에게 “보고드릴 게 있다”며 뒤늦은 자백을 하려다가 질책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은 더 있다. 지휘 감독의 책임을 진 총리실 고위관계자들은 전혀 몰랐던 일을 청와대 행정관이 먼저 알고 있었던 점도 이상한 대목이다. 불법사찰의 피해자 김모씨가 지난해 12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내자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의 이모 행정관이 지난 2월 17일 김씨에게 “헌법소원 때문에 알고 싶은 게 있다”며 전화연락을 취한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지원관이 공식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청와대 내 누군가에게 비선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시 29회 출신의 공무원인 이 지원관이 공직사회의 기본적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움직인 배후에는 총리실장의 파워를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일단 민주당은 정권 핵심 실세인 박영준 차장을 지목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결국 박 차장이 핵심 아니겠는가”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박 차장은 현재 총리실 내에 몸담고 있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 체계 밖에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핵심 인사들이 박 차장 인맥이라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 대통령 최측근인 박 차장이 측근인사들을 통해 공직기강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며 ‘군기반장’ 역할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의 연결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비서관이 이 지원관으로부터 각종 동향을 별도로 보고받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마찰을 빚었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박 차장, 이 비서관, 이 지원관 모두 서로 밀접하게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은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포항 출신인 최 위원장과 이 의원 등 원로 실세들이 인접지역 출신으로 포항에서 고교를 나온 이 지원관의 튼튼한 바람막이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윤해 강주화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