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과속 운전·부실한 가드레일 희생 키웠다
입력 2010-07-04 22:07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락사고는 버스 운전기사 운전 부주의, 사고 원인이 된 고장 난 승용차의 뒤처리 미숙, 사고 지점에 설치된 가드레일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사고 왜 일어났나=사고 버스는 3일 오전 경북 포항을 출발해 경주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일부 승객들은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하차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톨게이트에서 500븖 정도 떨어진 도로 위에는 편도 3차로 중 2차로에 마티즈 승용차가 엔진고장으로 서 있었다. 앞서 달리던 화물차량은 놀라 마티즈 왼쪽 뒤편을 들이받고 1차로로 튕겨나가 도로 중앙벽에 부딪혔다.
버스 운전기사 정모(53)씨는 이들 차량을 피해 우측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버스는 마티즈 오른쪽 뒤편과 83㎝ 높이의 철제 가드레일을 연이어 들이받고 도로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피해 왜 컸나=이번 사고가 12명이나 숨지는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은 운전기사 정씨가 도로 위에 세워진 승용차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사고 발생 지점은 시야가 트인 구간이기 때문에 정씨의 운전 부주의 혹은 과속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현장에 남은 타이어자국을 분석한 결과 화물차량은 당시 시속 80㎞, 고속버스는 시속 100.2㎞로 달린 것으로 추정했다. 버스와 화물차량은 하이패스를 통과하면서도 권장속도인 시속 30㎞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은 버스가 도착하기 직전 사고 현장을 통과한 베르나 승용차의 운전자로부터 마티즈를 피해 지나간 뒤 백미러로 화물차량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화물차량에서 충돌로 인한 연기가 났지만 버스가 이를 뒤늦게 감지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마티즈가 신속하게 갓길로 치워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마티즈는 사고 발생 25분 전쯤 인천대교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마티즈는 근처 과적차량 단속 지점에서 멈췄다가 다시 도로로 진입했고, 사고 지점에서 15분쯤 서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마티즈가 처음 멈췄을 때 과적차량 단속 직원이 ‘팬 벨트가 이상하다’고 말했는데 운전자가 계속 운행을 하다가 차가 도로에 멈춰 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 설치된 가드레일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가드레일이 철제가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졌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가족 대표 황병원(53)씨는 4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요금정산소가 눈에 보이는데 얼마나 빨리 달렸기에 이런 사고가 났느냐”며 “가드레일이 충격을 견뎠다면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대교 연결구간의 CCTV 등을 정밀 분석해 사고 원인을 분석한 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인천에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상당수 승객들은 목적지인 인천공항이 가까워지자 안전벨트를 풀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보상 어떻게 되나=버스 추락사고 사상자에 대한 손해배상은 경찰 조사와 사망자 장례 절차가 결정된 뒤 본격화된다. 사고 버스는 소속 운수업체가 전국운송사업조합연합회공제조합의 대인·대물공제에 가입돼 있어 사상자들은 손해사정 절차를 거쳐 배상을 받게 된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나이와 직업, 정년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위자료 및 보상금, 장례비와 치료비 등이 지급된다. 그러나 공제조합 측이 산출한 손해배상금에 대해 사망자 유족이나 부상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소송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천=엄기영 정창교 기자 eom@kmib.co.kr
<사망·부상자 명단>
△사망
설해용(68) 공영석(49) 노정환(49) 이규범(42) 설여진(39·여) 임성훈(4) 임송현(3·여) 이시형(45) 임찬호(43) 이현정(39·여) 이정애(49·여) 고은숙(17·여)
△부상
정석봉(53) 김순덕(57·여) 이화숙(47·여) 황주연(30·여) 게리알랜(52·미국인) 정흥수(48) 박장민(28) 변세환(3) 임성준(7) 서인국(52) 선창규(61) 바야르마(23·여·몽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