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고어 스캔들 증폭 뒤에 ‘숨은 손’?

입력 2010-07-04 19:03

정치 하한기에 접어든 워싱턴이 때 아닌 섹스 스캔들로 시끄럽다. 미국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섹스 스캔들은 드문 사례는 아니다. 스캔들 주인공이 모두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경찰국은 지난달 30일 고어가 2006년 여성 마사지사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2006년 당시 경찰은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했다. 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고, 피해 여성이 조사에 불응해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런데 최근 이 여성이 타블로이드판 연예전문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와 인터뷰를 통해 느닷없이 당시 상황을 폭로하면서 고어를 고소했다. 고어 측 변호사는 “부정확하고 모욕적인 기사내용에 언급할 가치를 못 느낀다. 오히려 재조사를 환영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 내에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퍼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럴만한 게 연예 잡지의 폭로성 인터뷰 내용을 주류 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보성향이 강한 뉴욕타임스도 AP통신을 받아 기사화했다. 워싱턴포스트는 4명의 기자와 작가를 동원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는 ‘주류 언론이 고어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며 파장이 커질 가능성을 예상했다. 더구나 이번에 고어의 성 추문 의혹을 폭로한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타이거 우즈 성 추문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2008년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의 부적절한 관계를 최초로 보도, 그를 낙마케 했다.

지난달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4년 상원의원 선거전 당시 여성 참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것도 2008년 인터넷에서 잠시 돌다 흐지부지된 사건이었다. 민주당 일각에서 음모론이 나오는 것은 우선 과거에 불거졌다 사라진 고어나 오바마 성 추문 의혹이 중간선거(11월)를 코앞에 두고 다시 제기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점도 정치 기사가 거의 없는 하한기에 의혹을 제기, 언론이 관심을 갖게끔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가 폭로한 대상자들이 모두 민주당의 거물급인 것도 공교롭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