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 全大 국정쇄신 방안 내놔야
입력 2010-07-04 19:31
한나라당이 7·14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마침으로써 당 전체가 선거 분위기에 휩싸였다. 거물들이 출마하지 않아 2부 리그란 소릴 듣지만 13명이나 출사표를 던져 열기는 제법 뜨겁다.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을 함께 운영하면서 차기 총선 공천과 대선 경선 관리를 맡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와 시대를 앞서가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느냐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당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 전당대회의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파 중심의 국회의원 줄 세우기를 단념하고 대의원들에게 자유투표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계파에 얽매여 선거를 치를 경우 당의 이미지를 일신하기는커녕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자리보장, 식사제공 같은 악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주요 후보의 경우 선거비용으로 최소 10억원은 쓸 것이란 소문이 무성해 이를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전당대회를 관리하고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가 “캠프별로 경고가 세 번 누적되면 후보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국회의원 63명이 ‘공정한 전대를 위한 성명서’를 낸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공정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번 전대가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부터 열흘간 대의원을 상대로 개최하는 지역별 비전발표회와 TV토론회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후보들은 제각기 당과 청와대, 행정부의 일대 쇄신을 부르짖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뼈아픈 자기반성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네 탓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래가지고서는 다시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후보들은 말로만 쇄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당과 정부를 살릴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