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폭리 아니면 시장원리에 맡겨야”… 법원, 교육당국 수강료 행정처분 잇따라 제동
입력 2010-07-04 21:38
기준금액보다 비싼 수강료를 받는 학원에 대해 교육당국이 내린 행정처분이 법원에서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서민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교육당국과 학원 운영자의 헌법적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법원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상균)는 4일 서울 T보습학원이 “시정명령 및 수강료 조정명령을 취소하라”며 강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초·중등생을 상대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T학원은 지난해 7월 수강료를 월 29만7200∼67만9000원으로 인상해 교육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정부 시책 등에 따라 수강료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수강료 조정 명령을 내렸다. 강서교육청이 정한 보습학원의 수강료 기준은 월 11만800원(45분 수업·월 21교시)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T학원의 수강료가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비싸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적정 수강료 산출 시스템’을 시험 가동한 결과 기존 조정명령에 따른 상한액보다 높아 시스템 도입이 유보되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수강료를 산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원칙적으로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교습비가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7월 같은 재판부는 서울 대치동 L영어학원이 서울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수강료 조정명령에 관한 첫 소송이었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교육 시장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가격 통제 명령을 내리고 이를 토대로 영업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기본원리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성지용)도 A어학원이 북부교육청을 상대로 낸 수강료 조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학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들은 교육당국에서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