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베로나의 두 신사’ 연출 글렌 월포드 “연출자, 축구감독과 비슷해요”
입력 2010-07-04 17:51
“한국 배우들은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요. 뭘 시켜도 거부하지 않고 과감하게 해냅니다.”
음악극 ‘베로나의 두 신사’ 연출자인 글렌 월포드(71)는 한국 배우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월포드 연출은 “내가 외국인이라 일하는 방식이 낯설텐데도 바로 잘 받아들이고 따라 온다”면서 “굳이 단점을 꼽자면 너무 과하게 표현을 발산하는 것인데 잘 통제해준다면 더욱 자연스럽게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굉장히 노래를 잘한다. 이런 배우들과 함께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베로나의 두 신사’는 셰익스피어의 첫 희곡작품이다. 다른 작품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셰익스피어 초기작에서 느껴지는 강한 젊음의 에너지와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셰익스피어 전문 연출가인 월포드 연출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서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이고 좋은 음악이 있다. 관객이 놀랄 것도 많다”고 말했다. 런던 버블씨어터 컴퍼니 창립자이자 리버풀 에브리맨 씨어터 예술감독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여러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배우이자 연출자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음악극의 형식을 택하고 있다. 극 진행은 연극처럼 대사로 하면서 긴장을 해소하는데 음악이 사용된다. 윌포드 여사는 “셰익스피어와 뮤지컬적 요소 이 두 가지 열정을 섞는 시도였다”면서 “‘후 이즈 실비아’ 등 여러 곡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가사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베로나의 두 신사’에는 셰익스피어의 후속작에 대한 힌트가 많이 들어있다. 사랑하는 실비아의 창 밖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발렌타인(로미오와 줄리엣), 누명을 쓰고 숲으로 추방당하는 발렌타인(뜻대로 하세요), 숲에서 엇갈린 사랑과 우정을 회복하는 발렌타인과 프로튜스(한 여름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장면이 ‘베로나의 두 신사’에 등장한다.
윌포드 여사는 “번안 작업은 어감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소실되는 부분이 많은 건 포기해야 한다. 대신 구성과 톤으로 만회한다”면서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는 세트는 연극의 모든 상황과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흔인 넘은 나이에도 그는 활기가 넘쳤고 영국인 특유의 위트 있는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축구 종가 출신답게 묻기도 전에 월드컵 이야기를 풀었다. 잉글랜드가 16강에서 탈락해서 너무 낙담했다는 그는 “이제서야 조금 극복이 됐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월포드 연출은 “영국 팬들은 이겨야만 응원을 하고 지면 매우 비난을 한다. 그런데 한국 팬들은 이기든 지든 언제나 열정적으로 성원을 보내더라”면서 한국의 응원문화를 칭찬했다.
그는 “축구와 연출은 비슷한 점이 많다. 연출을 할 때도 스포츠 심리학을 많이 도입한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모으고 무대에서 집중하고, 스타 플레이어가 치고 나가면 다른 배우들이 받쳐주고 하는 것들은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축구감독이 선수들에게 하듯 저도 배우가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해질 것을 요구하기도 하지요.” ‘베로나의 두 신사’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1544-1555).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