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자살 징후’ 보이면 동정하지 말고 공감해주라

입력 2010-07-04 17:57


최근 한류스타 박용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연예인 자살이 또다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4.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정부에서도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시행하는 등 자살률 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게 줄지 않고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충동적으로 자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절망감 속에 자살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의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정신과 최정석 교수는 “자살 시도자 중 50% 이상은 자살 시도 이전에 자살에 대해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한다”면서 “특히 자살을 하겠다는 표현을 하던 사람이 전에 비해서 차분하거나 초조함을 덜 보이는 경우 더욱 주의를 요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자살 위험의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수면 장애나 식욕 감퇴 또는 증가, 활력이 없거나 위축되는 등 우울 증상을 보인다. 특히 자살한 사람의 70∼80%에서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될 만큼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끝내 버리고 싶어” 같은 말을 자주 하고 무력감, 절망감을 호소한다.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농담을 하기도 한다. 갖고 있는 물건을 남에게 주어 버리거나 유언장을 쓰는 일도 있다.

주변에선 어떻게 도와야 할까. 자살 위험 징후를 보이는 경우, 우선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그 감정을 받아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때 감정을 동정하지 말고 공감해 줘야 한다. ‘왜’냐고 묻지 않는다. 이런 질문은 심리 상태를 방어적으로 만든다. 또 쇼크를 받은 듯이 행동해선 안된다. 이런 태도는 거리감을 만들기 때문이다. 자살이 옳은지, 나쁜지 등 논쟁하는 것도 금물. 아울러 억지로 무언가를 하도록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비밀 보장을 약속해선 안되며 대신 가족이나 도와줄 사람을 찾아 알려야 한다. 최 교수는 “주변에 자살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물건을 치우고 정신과 의사나 한국자살예방협회(www.suicideprevention.or.kr)같은 자살예방 전문 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살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