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驪江과 4대강 사업

입력 2010-07-04 19:19

‘천지는 끝없고 인생은 유한하니(天地無涯生有涯)/ 호연히 돌아갈 마음 어디로 가야 하나(浩然歸志欲何之)/ 여강 굽이굽이 산은 그림처럼 아름다워(驪江一曲山如畵)/ 절반은 단청 같고 절반은 시와 같구나(半似丹靑半似詩)’

고려 말 목은(牧隱) 이색(1328∼1396)이 여강(驪江)의 아름다움과 정처 없는 마음을 노래한 ‘여강미회(驪江迷懷)’란 시다. 여강은 태백시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해 양평 두물머리까지 이어지는 남한강 물줄기 가운데 여주군을 관통해 흐르는 구간을 가리킨다. 이색이 노래했듯 여강은 굽이굽이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강이다. 넓은 모래톱과 자갈밭, 억새길, 습지, 나무 군락이 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조선 4대 나루 중 하나인 이포나루와 조포나루,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한양으로 운반하던 물량창고 흥원창 등 많은 유적지를 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여강의 물길을 따라 가는 여강길은 문화생태탐방로로 개발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여강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구간이 되면서 찬반 세력이 첨예하게 맞선 곳이 됐다. 여강에는 강천보 이포보 여주보 등 3개의 보가 건설되고 있고, 강변 곳곳은 준설작업을 위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공사 차량들로 몸살을 앓았다. 여주 신륵사 부근, 지류인 섬강이 여강과 합류하는 지점인 흥원창 주변 등 여주 일대 곳곳에는 강바닥을 파낸 모래와 자갈을 쌓아 올린 거대한 흙더미들이 토성처럼 늘어서 있다. 강 생태계 파괴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환경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벌어졌고, 공사로 파괴되는 현장을 직접 보려는 시민순례단의 답사 발길이 이어졌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공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돼 왔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은 6·2 지방 선거 이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찬반세력 간 충돌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홍보를 강화하며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인 반면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반대집회를 여는 등 총력전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은 자연 그 자체가 중요한 자산이 되는 시대다. 선진국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연 환경은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자산이다. 그런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4대강 사업은 정책의 일관성을 내세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라동철 부장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