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07-04 21:14


(1) 예수를 만나고 싶은 사람

예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예수가 어떤 분인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알고 싶었다. 예수를 잘 안다는 사람을 찾아갔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소개했다. 그 사람은 입만 열면 늘 예수 얘기를 하니까 그에게 가면 예수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 말대로였다. 만나면서부터 예수 얘기였다. 그러나 실망하고 돌아서야 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통 예수인데 그 사람이 가르쳐주는 예수의 모습이 정작 그 사람에게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예수에 대한 정보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상황에서 우연히 예수에 대한 얘길 들었다. 훌륭한 스승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분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삶이 팍팍해지는 때도 있었다. 앙감질하는 것처럼 힘겨운 일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예수란 분 얘기가 떠올랐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수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예수란 존재가 내 삶에 다가오는 게 말이다. 이 사람에게 예수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지식의 욕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전문가를 찾아가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조금 수소문하니 예수에 대한 전문가가 많았다. 예수에 대해 책을 쓴 사람도 여럿 메모했고 전문 학자 이름도 여러 명 어렵지 않게 찾았다. 이들을 만나 예수에 대한 얘길 들으면서,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고 감탄했다. 논리가 정연하고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확신하고 있었다. 꽤 여럿을 만나며 이들의 견해에 빠져들던 어느 날 저녁,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도 어느 전문가 얘길 들으며 열심히 메모했다. 얘기 끝에 그 전문가가 어디 가서 차나 한잔 더 하자고 했고, 차를 마시며 그는 편하게 자기 생활 얘길 하며 속내를 열었다. 그간 몇 번을 만난 게 마음을 편하게 했나 보다.

그런데 얘기 끝에 이 사람이 갑자기 운다. 울며 가정사를 털어놓는데, 이렇게 어려워서 어떻게 견디나 싶게 가정이 풍비박산이다. 전문가로서 명확하고 분명하던 권위는 어디로 가고 딴 사람인 듯하다. 그저 50대 초반의 힘겨운 한 가장이 어깨를 들썩이며 초라하게 앞에 앉아있을 뿐이다. 삶이란 게 다 그런 거라고 말해줬다. 내 삶의 힘겨움을 조금은 더 과장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려고 애쓰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일어섰다.

예수를 만나고 싶은 이 사람은 그 뒤에도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다. 예수에 대한 모든 것을 다 구비하고 있다는 기관도 찾아봤고, 신비적인 방법으로 예수를 만나게 해준다는 곳에도 가봤다. 역사적인 사료도 많이 모았고 예수와 연관된 문화의 깊이에 감동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 삶에 다가오는 그분의 정체를 분명히 알고 싶은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다. 예수의 존재가 나와 어떤 고리가 있는지 풀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해졌다. 이 숙제는 이제 무슨 숙명처럼 이 사람 마음에 가득해졌다.<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

●약력= 서울신대·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졸업, 독일 보쿰대 신학박사. 현 국회기도회 지도목사, 말씀묵상지 ‘보시니 참 좋았더라’ 발행·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