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장의 걸림돌 틈새 메워라
입력 2010-07-04 19:06
씨는 마흔을 바라보지만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싱글족’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교회 청년부에서 오래 활동했지만 더 이상 머물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는 것. 미혼이라 장년부로 넘어갈 수도 없다. 다른 교회 B씨는 청년부 리더까지 맡았지만 결혼 후 장년부로 넘어간 지 몇 년 만에 예배만 간신히 참석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돌아갔다. 장년부 적응도 어렵고 매력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둘은 같은 말을 한다. “몸이 멀어지니까 한때 교회로 향했던 열정도 서서히 식더라고요.”
영아부 유치부 아동부 중·고등부 대학부 청년부 남선교회 여전도회…. 한국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이 구조에는 분명 ‘틈새’가 있다. 재수생, 싱글 남녀, 직장 여성, 신혼부부 등 틈새 성도들이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채 그 사이로 새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사회의 주축이자 다음 세대 교회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그중 상당수라는 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선교훈련원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문화영성위원회 등은 조만간 목회자를 대상으로 ‘청년예배 어떻게 바꿔가야 하나’라는 주제의 아카데미 운영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청년과 장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담겨 있다. 선교훈련원 전호영 목사는 “결혼해도 청년부에 남고자 하는 청년들, 장년부에 속할 수 없는 미혼자들은 거의 모든 교회들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라고 전했다.
현대적 음악을 사용하는 찬양 중심 예배, 비슷한 나이와 고민을 가진 또래들이 터놓고 교제하는 소그룹…. 이런 청년부에 익숙해 있는 젊은이들이 전통적 예배와 상대적으로 더 경직된 의사소통 구조를 가진 남선교회, 여전도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 대안은 대형교회들이 앞서 제시하고 있다. 청년부의 나이 상한개념을 없애고 나이대별 2∼3개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다. 30세 이상 미혼남녀, 갓 결혼한 신혼부부 등도 거리낌 없이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지구촌교회는 32세 이상 미혼남녀를 ‘아미싱’(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하는 싱글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미혼 40대 이상 여성’ ‘직장인 여성’ 식으로 특화된 소그룹을 계속 만들어 가는 교회들도 있다. 사랑의교회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렇게 교회를 분절해 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최은호 안양대 기독문화학과 겸임교수는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삶이 다양화되는데 비슷한 그룹끼리 묶는 방향으로 나가자면 끝도 없는 분절이 생긴다”면서 “그룹들끼리만 소통하면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동질성은 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지난 달 27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이곳은 주일마다 온누리교회 ‘프라미스 공동체’ 예배 장소로 쓰인다. 오후 2시 예배는 분명 청년 예배인데 이날은 아기 2명이 유아세례를 받았다. 이곳 청년들은 결혼해도 바로 장년부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날 세례 받은 아이의 어머니인 노연신(29·안양 관양동)씨는 “청년부에서 맡아오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곧 장년부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심이 어렵지 않은 것은 독특한 연결고리 덕분이다. 일종의 신혼부부 소모임인데 장년부 중에서 젊은 감성을 가진 이가 리더를 맡는다. 모임은 오전 성인 예배와 오후 청년 예배 사이에 열린다. 구성원에게 두 예배 중 어느 쪽에나 참석할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다. 기존에 속해 있던 청년 모임에도 계속 나갈 수 있다. 담당 이상진 목사는 “신혼부부를 장년부에 바로 올려 보내면 신앙생활이 나태해지기 쉬워 ‘인큐베이터’처럼 적응 기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장년 예배 간의 차이를 줄이려 노력하는 교회들도 있다. 청년만 갑자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장년 쪽에서도 유연하게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청년 예배 문화’에 익숙한 세대의 비중이 점점 커져 간다는 이유도 있다.
이리 신광교회(장덕순 목사)는 2년 전부터 1∼3부 예배를 1부는 전통 예배, 2부는 클래식 음악 예배, 3부는 CCM 예배로 드린다. 이곳 성도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성향에 맞는 예배에 참석한다. 경기도 양평군 국수교회는 한 걸음 더 나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한꺼번에 예배를 드린다. 순서에는 어린이 찬양부터 CCM, 노인들이 선호하는 찬송가까지 다 들어간다. 김태현 목사는 “초대 교회, 초창기 한국교회로 돌아간 것인데 세대간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면서 “우리 교회만큼은 청년·장년 사이의 문화적 단절이 없다”고 자랑했다.
올해 초 세대간 융합 예배를 주제로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초대교회 정서학 부목사는 “세계적으로 세대간 융합을 위한 ‘올투게더’ 예배가 떠오르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특히 청·장년 융합을 위한 ‘영투게더’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리더십을 경험한 젊은이들을 각 부서 리더로 적극 세우고, 가까운 나이 선배들이 세심하게 멘토링해 주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