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축구 오렌지 군단에 ‘무릎’
입력 2010-07-03 01:12
유럽의 강자 네덜란드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무너뜨렸다. 네덜란드는 2일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서 브라질에 2대 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화려한 공격축구에서 실리축구로 전략을 바꾼 두 팀은 전반 초반 똑같이 수비에 치중하며 간간히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맞섰다.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이 이어졌고, 주심의 휘슬은 정신없이 울렸다.
주도권은 브라질이 잡았다. 전반 10분 단 한 번의 패스로 네덜란드 수비진을 뚫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펠리피 멜루(유벤투스)가 문전으로 달려가는 호비뉴(산투스) 앞으로 패스를 연결했고, 호비뉴는 즉각 슛으로 연결하며 네덜란드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네덜란드는 실점 이후 반격에 나섰으나 개인 돌파에 의한 공격은 번번이 브라질 수비진에 막혔고 결국 전반은 브라질의 1-0 리드로 끝났다.
후반 들어 만회골을 노리는 네덜란드의 공세는 점점 더 거세졌고 마침내 후반 8분 골이 터졌다. 브라질 진영 측면에서 스네이더르(인터밀란)가 골문 쪽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브라질의 멜루와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인터밀란)가 엉킨 상황에서 볼은 멜루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자책골로 1-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는 후반 23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올린 코너킥을 카위트(리버풀)가 헤딩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줬고, 문전 앞에서 기다리던 스네이더르는 정확하게 헤딩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브라질 수비수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완벽한 골이었다.
후반 28분 흥분을 이기지 못한 멜루가 상대 선수를 짓밟는 반칙을 저지르며 퇴장을 당하자 우승후보 브라질에 어두운 기운이 드리워졌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두 팀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 이후 압도적이었던 남미 축구 군단의 거함 브라질이 ‘토털 사커’의 원조 네덜란드에 의해 침몰하는 순간이었다.
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