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전도사’·소통없는 독단’… ‘서남표식 개혁’ 명암과 교과부 반발
입력 2010-07-02 22:00
2일 연임에 성공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무풍지대였던 대학에 경쟁 바람을 불어넣는 등 한국 사회에 개혁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인 개혁, 그 과정에서 빚어진 소통부재, 교육과학기술부와의 마찰 등 비판도 함께 받아왔다.
릐화려한 성과=2006년 7월 취임한 서 총장은 대학 개혁의 첫 신호탄으로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심사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지난 4년간 정년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가운데 24%가 탈락했다. 2007년부터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성적부진학생 등록금 징수제도를 실시했다. 이전까지 카이스트의 모든 학생은 무상교육을 받았다. 또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했으며,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해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만으로 일반계 고교생 150명을 선발하는 등 대학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이 같은 성과가 반영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카이스트는 2006년 세계 198위에서 지난해 69위로 128계단 수직 상승했다.
서 총장의 개혁 바람은 고액의 외부 기부가 몰리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류근철 박사가 한국 기부 사상 최고액인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탁한 것을 포함해 지난 4년간 외부 기부금이 1223억원에 달했다.
릐학생·교수, 교과부 반발=반면 서 총장의 개혁은 정작 학생과 교수 등 내부 구성원들의 반감을 샀다. 일방적이고 소통 없는 개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월에는 서 총장이 자신과 학교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재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경찰에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 학부생 1255명을 대상으로 한 총장 평가에선 전체의 53.4%가 연임을 반대했으며, 반대 의견 학부생의 65.7%가 ‘소통부족’을 들었다. 학교 교수협의회는 “성과주의에 매몰돼 질적인 발전을 도외시한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팽창과 독단적이고 외부 과시적인 형태로 추진되는 개혁은 장기적으로 카이스트가 세계 제일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이스트를 지도·감독하는 교과부도 서 총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교과부는 카이스트가 엄연히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만큼 주무부처인 교과부와 주요 정책을 미리 협의해야하는데도 서 총장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입학사정관제다. 서 총장은 지난해 3월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150명을 학교장 추천·무시험 전형으로 뽑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정작 입학사정관으로 뽑는 150명을 현 정원이 아닌 교과부가 따로 증원해 주는 것을 전제로 발표해 교과부의 반발을 샀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원 증원을 주무부서인 교과부와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우리는 이렇게 할 테니 너희는 따라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연임 문제를 두고 “교과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