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00일] ‘천안함 외교’ 낙제점…중·러 설득 오판
입력 2010-07-02 19:04
‘천안함 외교’의 중간 성적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주길 꺼리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냉철한 분석 없이 낙관적으로 대응했다는 게 이유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병광 박사는 2일 우리 정부의 천안함 외교를 “나이브했다(순진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객관적·과학적인 증거를 들이대면 중국과 러시아가 선뜻 한국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중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했고, 미국과 여타 국제사회의 지지를 지렛대 삼으면 충분히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방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경우 한반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중국은 외부 압력이라고 인식할 경우 역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미가 이를 간과하고 지나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중국 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천안함 사태를 ‘천안문 사태’로 잘못 말해 강한 항의를 받았던 일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반도가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북·중·러의 ‘북방 3각’과 한·중·일의 ‘남방 3각’이 대립하는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냉전시대와 달리 서로 복잡한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심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한·미·일이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 더욱 밀착됐고, 중국으로서는 이를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찰떡 공조’를 자랑했던 한·미 관계도 갈등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보지만 한국은 천안함 해결을 선결과제로 삼고 있다. 출구전략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