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00일] ‘결정적 증거’에도 의혹은 계속… 軍개혁도 지지부진
입력 2010-07-02 22:07
천안함 폭침 사건이 100일을 맞았지만 북한의 공격이라는 증거를 놓고 논란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경계태세와 보고체계, 사후 대응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던 군은 거센 환골탈태 주문을 받았으나 최근 단행된 합참 인사와 후속 조치들을 보면 뼈를 깎는 개혁 의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릐가시지 않는 논란들=민·군 합조단은 지난달 20일 천안함 사고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고 최종 발표했다. 군이 제시한 증거는 사고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추진체와 프로펠러, 폭발 당시 발생한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 수중 폭발시 발생하는 물기둥으로 추정되는 섬광이 관측된 점 등이다.
그러나 당시 군이 제시한 북한 어뢰 추진체의 설계도면 가운데 하나가 다른 어뢰의 설계도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합조단은 사고조사 발표 1주일 후 오류를 발견하고도 쉬쉬하다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뒤늦게 “실무자의 착오로 비슷한 종류의 설계도면을 제시했다”고 해명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이승헌 교수 등은 “어뢰 폭발시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뿐 아니라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나온다”며 결정질 산화물이 나오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천안함 선체와 해저에서 검출된 RDX(백색·결정성·비수용성 강력폭약 성분) 등 화약 성분이 어뢰 추진체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물기둥 관측 여부도 논란이다. 백령도 해안초소에서 초병이 본 것은 섬광이었음에도 군은 이를 물기둥으로 해석했다. 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비약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보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릐군, 개혁 의지 있나=천안함 사건으로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와 엉성한 보고 시스템, 사후 대응 혼선 등 총체적인 위기관리 능력 부실이 드러났다. 이에 군은 군사력 건설 방향을 재조정하고 합참의장을 경질하는 등 군 인사를 단행, 개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북한군의 위협에 대응해 침투·국지도발 위협과 전면전 위협, 잠재적 위협 순으로 군사력 건설 방향을 재조정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북한의 비대칭전력 도발 위협도 크지만 여전히 군이 대비해야 하는 것은 전면전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30일 한민구 합참의장 내정자 청문회에서 “비대칭 위협은 군이 대응해야 하는 여러 상황 중 하나”라며 “침투·국지도발을 최우선 위협 순위에 두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군은 또 위기대응 매뉴얼을 새로 작성해 보고체계 등을 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장들이 순환 근무하는 합참의 현행 지휘통제실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근원적 처방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체제는 위기상황 파악 부서와 위기조치 부서가 달라 비상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조치가 어려운 구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육·해·공·해병대의 합동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도마에 오른다. 합참은 최근 보직 인사를 단행, 작전부장에 해군 소장을 임명하고 공군이 맡았던 합참의장 비서실장에 해병대 장군을 선임했다. 그러나 당초 해병대가 맡았던 전비태세검열실장은 육군에 돌아갔고 해군이 맡던 전략기획부장에는 육군 장성이 임명돼 결국 합참의 육·해·공군 장교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 됐다.
군 일각에서는 “천안함 사건으로 군 개혁 요구가 높아진 시점에 군이 이에 부응하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외부로부터의 강제적인 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