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용사는 살아있다… 천안함 100일, 점점 잊혀져 가는 그날·그 참상

입력 2010-07-02 18:33


해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지 3일로 100일이 됐다. 46인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는 ‘북한의 어뢰 공격’이란 진실을 놓고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군의 후속 인사와 대책은 기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치솟았던 국민들의 대북 경계의식은 다시 흐려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형제들은 아직도 그들을 보내지 못했다. 천안함과 운명을 함께한 46용사는 여전히 가족, 친구, 국민들과 숨결을 나누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들 용상아! 너의 영정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이 절로 나온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꿈에서라도 말해다오….”



천안함 전사자들은 인터넷 공간에서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2일에도 전사자의 유족과 지인들은 개인 홈페이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안부를 묻고 추억을 되새겼다. 사고 이후 하루 평균 100여명의 네티즌이 여전히 이들의 미니홈피를 찾아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고 이용상 하사의 미니홈피에는 이 하사의 어머니 박인선(45)씨가 쓴 편지가 올라와 있다. 박씨는 “휴가를 나와 품에 안겨 ‘안 힘들어요, 견딜 만해요’라고 말하던 음성이 귓가에 아직도 맴돈다”며 “100일 추모식에 너를 만나러 가겠다”고 적었다. 박씨는 “아들을 보고 싶을 때마다 아들 이름으로 접속해 이곳에 편지를 쓴다”고 말했다.

첫 휴가를 나와 해군 급여통장을 부모에게 드렸던 효자 막내아들 고 이상민 하사(본보 4월 15일자 1면 보도)의 누나 이모(29)씨도 동생의 미니홈피를 계속 관리하고 있다. 이씨는 “막내가 오늘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결식을 마친 뒤에도 동생의 생전 사진을 홈페이지에 계속 올렸다. 네티즌들은 “업데이트 소식에 깜짝 놀라 방문했다. 정말로 이 하사가 올린 사진이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박석원 상사, 정종율 상사, 임재엽 중사 등 다른 전사자의 미니홈피에도 추모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릴 ‘천안함 46용사 100일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상사와 같은 교회에 다니던 박선영씨는 “네가 쓰던 물건들을 보고 눈물이 쏟아질 뻔했지만, 더 좋은 곳에 있을 널 생각해 참았다”며 고인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한편 고 신선준 상사의 미니홈피에는 신 상사의 친모를 규탄하는 글이 쇄도했다. 신 상사의 친모는 신 상사가 두 살 때 이혼하고 집을 나갔지만 군인사망보상금의 절반을 상속인 자격으로 지급받았다. 이에 아버지 신국현(59)씨는 상속제한 소송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이제 와서 무슨 권리를 찾느냐”며 친모를 비난했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