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애플-‘편한 친구’ 구글… CEO따라 달라지는 기업 색깔
입력 2010-07-02 18:09
‘나쁜 남자’ 대 ‘호인(好人)’의 대결. IT업계 1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애플과 구글의 회사 이미지와 정책 방향은 정반대다. 강한 매력을 지녔지만 괴팍하고 욕망에 불타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 애플이라면 편안하고 친절하지만 재미는 없는 호인형은 구글이다.
애플은 매력적이다. 과거 매킨토시 PC부터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까지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으로 누구나 갖고 싶은 제품을 선보인다. 단순한 IT기기가 아니라 액세서리로 대체해도 될 정도다. 겉만 화려한 게 아니다. 애플은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새롭게 창조했다.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얻은 수많은 개발자들은 애플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애플을 사랑하는 ‘애플 마니아’는 전 세계에 존재한다.
하지만 독선적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등은 나쁜 점으로 꼽힌다. 애플은 올 들어 플래시를 제작하는 어도비와 크게 싸운 뒤 완전히 갈라섰다. 아이폰4 출시 이후 쥐는 방법에 따라 수신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데스 그립(death grip)’ 현상이 발생했지만 애플은 “제대로 쥐면 아무 문제없다”며 소비자에게 호통치고 가르치려 든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호통칠 수 있는 업체는 오직 애플뿐”이라며 “애플이 이 결함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당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글은 애플과 같은 카리스마가 부족해 한눈에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하고 열성적인 마니아층도 얇다. 하지만 모두와 공유한다는 개방성을 내세우고 있다 보니 이미지가 좋고 누구와도 쉽게 협력관계를 맺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었지만 제조사들이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도록 개방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등 대다수 제조사들과 친구가 됐다. TV분야에서 소니와 손잡는 등 IT세상에서 구글을 친구 삼지 않은 업체가 없을 정도다.
이런 저런 행사도 잘 챙긴다.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지난달 8일 갤럭시S 출시 행사에 참석하고자 서울을 찾기도 했다. ‘구글 두들(기념일이나 세계적 행사에 로고 디자인을 독특하고 재미있게 꾸미는 것)’로 대표되는 유머 감각도 갖췄다.
이런 성향은 최고경영자(CEO)의 성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애플 창업주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는 매력 넘치는 괴팍한 천재다. 직관력으로 시장 흐름을 정확히 꿰뚫으며 직접 전면에 나서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잡스와 1955년생 동갑내기란 점을 빼면 완전 반대다. 조용하고 차분한 데다 화법도 중의적인 표현을 즐겨 써 듣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도록 만든다. 연설에도 소질이 없다.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 행사 기조연설자로 나섰지만 뻔한 내용의 원고를 그대로 읽어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스스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진 않지만 많은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은 뛰어나다. 덕분에 구글은 그의 취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